음식갱들의 시장 장악 암투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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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소재로한 폭력(?)만화가 드디어 단행본으로 발행되었다. 친근한 소재와 독특한 스토리를 가지고 인기를 끌고있는 만화는 바로 이익선의 〈밀가루 커넥션〉. 현재 격주간 만화잡지 영챔프에 연재중인 작품이다.

이 만화는 밀가루 음식을 소재로 했지만 요리만화는 아니다. 우리나라 음식업계를 주름잡는 갱들이 벌이는 암투극을 재미있고 코믹하게 그렸다. 그렇다고 현실과 아주 동떨어지거나 공감하기 힘든 황당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음식이 그대로 표현된 캐릭터가 전하는 대사는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그들이 취하는 액션은 좀 우스꽝스럽지만 다소 폭력적이다.

뭐든지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이다 보니 자연음식보다는 인스턴트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인스턴트 식품에 대한 부작용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에 밀가루공화국 정부는 허가된 장소를 제외하고는 인스턴트 식품의 제조와 유통을 모두 금지시켜 버린다.

그러나 이미 이 음식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은 인스턴트 음식을 찾게되고, 이 기회를 놓칠리없는 조직들은 비밀리에 인스턴트 음식을 만들어 팔게된다. 그러면서 이들 비밀조직 사이에 알력 다툼이 시작된다.

여기에 60년대 분식장려운동의 바람을 타고 성장한 '신당동파'와 70년대 건설 붐을 타고 급부상한 '차이나파', 88올림픽 이후 외식산업의 여세를 몰고 등장한 '이태리파' 등이 세력확장을 놓고 전면전을 벌이는데, 이것은 현재 우리나라 외식업계를 잘 분별해서 보여주고 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들을 주시하는 경찰청 강력반으로 젓가락경감이나 포크형사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각 파들에 속해있는 등장인물은 신당동파의 떡볶이, 수제비, 오뎅, 이태리파의 피자, 스타케티, 차이나파의 군만두나 자장 등으로 관련된 음식물들이 모아 놓았다.

〈밀가루 커넥션〉은 캐릭터에 각 음식의 이름만 빌려온 것이 아니라 음식의 형태까지 갖고 왔다. 그래서 이들이 싸우면 음식물이 터진다거나 소스가 튄다거나 하는 식으로 액션이 표현된다.

단순하고 앙증맞은 그림이 보여주는 치열한 음식세계 〈밀가루 커넥션〉은 작가 이익선의 신선한 개그와 톡톡 튀는 재치가 가득 담겨있다.

작가 이익선은 1970년 생으로 96년 4월 〈시사회〉로 영챔프 신인만화대상 가작을 수상해 만화계에 데뷔했다.
작품은 단편으로는 〈엑스라지 파일〉, 〈와이퍼 맨〉이 있고 장편으로는 〈정글벨〉이 있다. 현재는 영챔프에 〈밀가루커넥션〉연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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