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예리한 변화구-백1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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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32강전> ○·천야오예 9단 ●·박정환 9단

제2보(14~20)=박정환 9단이나 천야오예 9단 같은 젊은 강자들이 1패를 먼저 당하고 탈락 위험에 몰렸다는 것은 오늘날 세계바둑의 무서움을 그대로 방증한다. 4인 1조의 더블 일리미네이션 시스템은 2패면 탈락이고 2승은 올라간다. 마지막 날 1승1패끼리 재대결하여 승자가 올라간다. 같은 조 승자끼리의 대결도 곁에서 한창 진행 중이다. 리저-박문요전의 승자는 16강 진출. 패자는 내일 이 판의 승자와 대결한다. 첫날 박문요에게 패배한 박정환은 이미 헤어나기 힘든 첩첩산중에 들어선 것이다.

 전보에서 흑▲는 축머리를 노린 수라고 밝혔는데 천야오예는 14로 태연히 받아준다. 박정환은 곧바로 15로 젖혀 수순을 걸어간다. ‘참고도1’ 백1로 끊으면 이후 11까지는 외길. 여기서 축이 좋은 흑은 12로 끊을 수 있다. 백이 파탄에 빠지는 그림. 천야오예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그가 준비한 것은 16이란 변화구다. 바둑은 매일 진화한다. 16도 새로운 연구다.

 박영훈 9단은 17의 후퇴에 대해 “의외였다”고 말한다. ‘참고도2’처럼 바로 막아 이후 7까지 두어도 충분하고 실전보 A로 강하게 젖혀가는 수도 있는데 17은 아니라는 것. 이유는 20으로 끊을 때 응수가 궁하다는 것. 그렇더라도 구경꾼에겐 너무 난해한 변화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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