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대중교통 내비, 한국서 만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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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버스를 타고 가다 정류장을 지나쳐 낭패를 본 일은 없는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몰라 처음 본 사람에게 길을 물어볼까 망설인 경험은 없는지….’

 교통 정보, 길 찾기와 관련해 지구촌 대다수 사람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이 한국인 손으로 개발됐다.

 구글코리아가 최근 출시한 ‘대중교통 내비게이션 앱’이 그 주인공이다. 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 최다 사용자를 자랑하는 구글지도 앱에 자동으로 내장된다. 한국인이 개발한 모바일용 프로그램이 전 세계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구글 앱에 내장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프로그램은 서울은 물론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일본 도쿄 등 전 세계 400여 도시에서 사용할 수 있다. 구글코리아 측은 “그동안 수많은 교통 관련 프로그램이 나왔지만 도시별 호환성 문제 때문에 특정 도시가 아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은 개인용 내비게이션을 연상시킨다. 버스 같은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때 목적지까지 몇 정류장이 남았는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인지, 내릴 곳을 지나치지 않았는지 등을 알림음과 음성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실시간 알려준다.

 대중교통을 환승하는 중간 도보로 이동할 때에도 실시간 위치와 방향 등을 일러준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 기술진이 처음부터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을 주도했다. 서울은 다른 나라 주요 대도시들보다 대중교통이 잘 발달해 사용 필요성이 큰 데다 최근 한국의 스마트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개발 환경도 유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발 단계에선 어려움도 많았다.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개발팀원들이 서울 시내 모든 버스 노선을 샅샅이 뒤지고 갈아타고 다녔다. 다른 나라에서 동작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본과 미국, 유럽 등으로 숱하게 출장길에 올랐다.

심혈을 기울인 덕에 해외 사용자들의 평도 좋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엔가젯(engadget)은 뉴욕 시내에서 이 프로그램을 테스트한 장면을 홈페이지에 게시해놓고 “프로그램이 잘 작동한다”며 극찬했다. 미국 구글 본사에서도 “우리 회사의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전략과 잘 맞아떨어지는 프로그램”이라고 호평했다.

  프로그램 개발을 주도한 구글코리아 홍선기(39) 프로덕트매니저(PM)는 “개발 초기부터 한국 시장이 아닌 세계 시장을 목표로 잡은 전략이 주효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도 우리 개발팀의 프로그램이 전 세계인이 가장 손쉽게 교통정보를 얻는 대표 앱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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