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장응복이 말하는 올 가을·겨울 침구 트렌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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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타일 디자이너(원단에 패턴을 디자인하는 사람) 장응복이 홈쇼핑 홈 인테리어 브랜드 ‘복’(bogg)을 처음 론칭했을 때, 그 자신조차도 ‘작가적 성격이 강한 내 제품이 과연 살아남을까’라는 우려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3월 26일, 첫 방송 40분만에 제품은 매진됐다. 그의 작품이 대중에게도 통한 것이다. 복이 또 한번 홈쇼핑 출시(9월 22일 밤 9시35분 방송, CJ오쇼핑)를 앞두고 있다. 가을·겨울 시즌의 작품명은 ‘프로방스 드림’(PROVENCE DREAM)이다. 지난 9일, 그의 작품이 전시된 KCDF갤러리 기획전 ‘도시樂’에서 디자이너 장응복을 만나 봤다.

-브랜드 복(bogg)은.

“그간 인테리어디자인 전문업체 ‘모노 콜렉션’의 대표로 활동하면서, 타워팰리스·하이페리온과 같은 고급아파트 모델하우스와 호텔 인테리어를 주로 해왔다. 그러던 중 CJ오쇼핑의 제의가 있었고, 보다 많은 이들이 ‘침구도 하나의 작품’이라고 여기길 바라며 홈 인테리어 브랜드를 기획하게 됐다. 침구에 한국의 정서를 담고 싶었다. ‘복(福)’자를 영문으로 표기한 복(bogg)은 가정에 다복을 기원하는 의미다.”

-지난 시즌 판매 후 소감이 궁금하다.

“한층 더 대중을 이해하게 됐고 내 자신이 겸손해졌다. 1차 시안 때는 굉장히 쉬운 패턴을 내놓았었다. 대중은 나의 작품을 이해하지 못 할 것이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반응을 모니터 하면서 대중의 눈이 굉장히 예리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다면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걸 대중에게 다 쏟아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중의 눈을 믿은 결과 1차 론칭 때 ‘조기 매진’이라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내가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도 해소됐다.”

-소비자가 가장 만족하는 부분은 무엇이었나.

“침구에 ‘한국적인 멋이 묻어나서 좋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수면공간을 한국적 디자인으로 꾸며 놓으니 마음까지 편안해진다는 의견이다. 나는 우리 고유의 정서를 패턴화 하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특히 여러 장의 원단을 덧대어 그 안에 수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이 원단디자인 만의 매력이다. 복(bogg)은 봄 여름 시즌에 이어 가을 겨울 시즌에도 ‘패치워크(조각보)’를 메인 패턴으로 했다. 460개의 조각 조각마다 한국적 정서를 담아 단 한 장의 이불로 압축해 표현하고 싶었다. 나는 그것이 부적과 같은 좋은 기운을 전달해 주리라 믿는다.”

-올 가을 침구 트렌드와 복(bogg)이 제안하는 이번 가을·겨울 침구 컨셉은.

“올 가을 침구 트렌드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손’이다. 한 땀 한 땀 자수를 넣거나, 한알 한 알 크리스탈을 붙이는 것 또는 한 조각한 조각을 패치워크로 표현하는 것이 대세다. 복(bogg)은 유럽의 멋과 한국적 미감을 결합했다. 메인 색상은 중세기 여인의 드레스에서 볼 수 있는 ‘벨벳’의 레드와 보석 ‘오팔’의 그린이다. 여기에 유사색이 각각 17도로 겹쳐져 더욱 농염한 색을 연출한다. 색상에서 유럽의 멋을 표현했다면, 한국적 미감은 프린팅으로 나타난다. 460개의 조각보 위에 꽃신, 석류, 산수패치, 십장생과 같은 나의 대표 작품을 프린팅 했다.”

-이번 시즌에서 가장 애착을 갖는 상품은.

“올 시즌 서브아이템으로 내놓은 ‘꽃신 이불’이다. 차렵이불이 아닌, 겉감과 속통이 분리되는 이불이다. 차렵이불은 누빌 수 있는 면의 두께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겨울 이불이라도 얇을 수 밖에 없고, 누벼진 솜은 바짝 말리기 힘들어 세균이 번식하기 쉽다. ‘침대는 과학’이라는 말이 있듯이 침구 역시 ‘과학’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제 몸에 맞는 이불을 찾으려면 차렵이불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를 주요 상품으로 구성하면 익숙지 않은 소비자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판단도 했다. 서브 아이템에서 변화를 시작해 소비자의 반응을 살피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개인적으로 ‘팔아 먹는다’는 말을 싫어한다. 단기간에 팔아 치우는 게 목적이 아니라 ‘낡으면 낡은 대로의 멋이 있는 물건’을 만들겠다. 앞서 언급한 차렵이불 문화 개선에서부터 이불 사이즈의 다양화, 원단과 디자인의 참신한 시도까지. 다양한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제품에 반영할 계획이다. 복(bogg)은 예술과 대중성이 결합한 브랜드다. 매 시즌 별로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점차 우리나라 침구 문화를 바꾸고 싶다.”

[사진설명] 1 ‘복’(bogg)의 디자이너 장응복 2·3 22일 오후 9시35분에 소개될 복의 이번 시즌 ‘프로방스 드림 침구세트’

<한다혜 기자 blushe@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cj오쇼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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