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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당뇨환자는 올리브유, 뇌졸중 예방엔 들기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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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년차 새내기 주부인 박소연(가명·30·서울시 명일동)씨는 올 추석 연휴에 난감한 일을 당했다. 처음으로 대가족 음식 준비를 맡은 박씨는 콩기름 대신 올리브유로 튀김을 만들려다 재료를 다 태워버린 것. 박씨는 올리브유 중에서도 최상급인 ‘엑스트라 버진’을 골랐다. 일반 콩기름에 비해 가격이 세 배나 높았지만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구입했던 것. 하지만 올리브유를 가열해 튀김 재료를 넣자 연기가 나며 음식이 금세 타버렸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 올리브유는 불포화지방산이 80% 가까이 들어 있어 심장병 예방 효과와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발연점이 낮아 튀김 등에 사용하면 쉽게 연기가 나고 음식이 타기 쉽다”고 설명했다. 식용유 하나를 고르는 데도 맛은 물론 건강까지 따지는 시대다. 식용유 선택법을 알아본다.

장치선 기자

기름별로 주요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고혈압·당뇨 같은 질병이 있다면 기름 선택도달라져야 한다. [사진제공=리본키친]


올리브유 | 비타민 A·E·K 풍부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이 있다면 콩기름보다는 올리브유를 먹는 것이 좋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올리브유의 주성분인 올레인산과 폴리페놀에는 항산화물질이 풍부해 과산화지질의 생성을 억제하고 동맥경화를 예방한다”고 말했다. 항산화물질이 혈관의 염증을 줄이고 혈전 형성을 막아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때문이다. 올리브유는 소화 흡수가 잘되고 지용성 비타민 A·E·K가 들어 있어 노화 예방 효과도 있다.

 올리브 오일은 열을 가하지 않고 식물성 기름 상태로 섭취하는 게 좋다. 순천향대병원 가정의학과 유병욱 교수는 “식물성 기름이든 동물성 기름이든 열을 가하면 분자 구조는 대부분 유사해져 몸에 좋지 않은 트랜스지방이 생긴다”며 “열을 가할 때는 짧은 시간 동안 요리하고, 재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라면 웰빙오일인 올리브유도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모든 식용유는 gm당 열량이 9㎉ 정도 되기 때문에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올리브유는 임산부에게도 권할 만하다. 임신기에 올리브유를 섭취하면 태아의 뇌와 혈관 생성에 도움을 준다. 수유기에도 신생아의 성장 촉진, 체내 면역계를 강화해 준다. 농축된 오일이 몸속에 들어가면 뭉칠 수 있으므로 비만 환자나 65세 이상 노인은 올리브유보다는 올리브 열매를 먹는 것이 좋다.

카놀라유 | 심장병 예방 효과

카놀라유는 심장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유채씨 기름을 개량한 카놀라유는 몸에 좋지 않은 포화지방 비율이 6~7%로 가장 낮다. 강재헌 교수는 “카놀라유에는 오메가-3 지방산으로 알려진 리놀렌산이 10% 정도 들어있어 심장병 예방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오메가-3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혈전을 없애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등 혈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오메가-3는 오메가 3·6·9 중에서도 한국인에게 가장 부족한 성분이다. 카놀라유 외에도 오메가-3는 들깨기름·아마씨기름·콩기름에 많이 들어 있다.

포도씨유 | 아토피성 피부염 있다면 피해야

아이들이 좋아하는 튀김을 만들 때는 발연점이 높은 포도씨유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포도씨유에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카테틴과 노화 방지에 좋은 비타민E가 풍부하다. 특히 비타민E는 콩기름이나 옥수수유보다 70배 더 많이 들어있다. 하지만 아토피성 피부염이 있다면 너무 많은 양을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는 “오메가-6 지방산 함량이 높아 많이 먹으면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이 감소하고, 아토피성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기름과 번갈아 가며 오메가 지방산의 균형을 맞춰주는 것을 권할 만하다.

[CJ제일제당 제공]

참기름·들기름 | 오메가-6, 오메가-3 듬뿍

한국인이 즐겨 먹는 참기름에는 올레인산과 오메가-6 지방산, 천연 항산화 물질인 세사몰이 풍부하다. 박민선 교수는 “참기름에 풍부한 항산화물질인 세사몰은 쉽게 변질하지 않고, 동맥경화의 원인이 되는 나쁜 콜레스테롤이 생성되는 것을 막아준다”고 설명했다. 참기름을 고를 때는 맑은 갈색 빛을 띠는 것을 고른다. 색이 너무 진하면 깨를 오래 볶은 것으로 발암물질이 나올 수 있다.

 들기름은 한국인에게 부족하기 쉬운 오메가-3 지방산이 60%가량 들어있다. 박 교수는 “심장마비와 뇌졸중 예방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관절염 환자는 오메가-3 지방산이 들어있는 들기름을 권할 만하다. 관절염은 염증을 줄이면 증상이 나아지는데 오메가-3가 염증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메가-6 지방산이 많은 콩기름은 염증을 일으키는 성분으로 가급적 피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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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고 맛도 좋은 식용유 선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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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유 | GMO 걱정없어

현미유는 쌀을 도정할 때 나오는 쌀겨로 만든 오일이다. 유전자변형(GMO)을 안 하는 유일한 국산 기름이다. 현미유에는 천연 항산화제 역할을 하는 토코페롤과 오리자놀의 함량이 높아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능력이 뛰어나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콩기름 | 쉽게 산화돼 보관에 유의해야

저렴하고 특유의 강한 향이 없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인다. 박민선 교수는 “콩기름에는 오메가-6 지방산·오메가-3 지방산·비타민E가 풍부하고 낮은 온도에서 결정을 형성하지 않아 튀김·구이·볶음 등 다양한 요리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오일보다 단일 불포화지방산이 적어 쉽게 산화되고 오래 가열하면 점성이 증가해 끈적끈적해지므로 보관에 유의하도록 한다.

GMO 유전자변형농산물=생물체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분리 결합해 생산한 농산물.

불포화지방산=식물성 기름에 많고 액체가 되는 성질을 가짐. 포화지방산에 비해 산패가 빨리 진행.

트랜스지방=식물성 기름을 가공할 때 생기는 지방산. 다량 섭취하면 비만이 되기 쉽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혈관계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오메가-3 지방산=혈전과 염증을 막아주는 불포화지방산의 일종. 심혈관 질환을 예방한다. 등 푸른 생선에 많이 들어 있다.

오메가-6 지방산=혈전을 만들어 몸 안에 출혈이 있을 때 피를 응고시키는 역할을 한다. 옥수수유·포도씨유·콩기름 등 식물성 오일에 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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