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끄면 5천달러 준다"

중앙일보

입력

"컴퓨터를 끄면 5천달러를 지급하겠다. "

학생들이 인터넷에 매달려 문화생활을 등한시하는 것을 보다 못한 미국 미주리주의 윌리엄 우즈 대학이 최근 선언한 내용이다. 컴퓨터를 통한 인터넷 서핑시간을 줄이고 교내 콘서트 등에 참석할 때마다 1~3점씩을 적립, 45점을 쌓으면 최대 5천달러에 이르는 수업료를 제해주겠다는 것이다.

윌리엄 우즈 대학이 학생들을 인터넷에서 떼어놓기 위해 이같은 궁여지책을 내놓게 된 것은 지난 주 열린 하프연주회에서 비롯됐다.

학생들의 교양을 쌓아 줄 목적으로 교내에서 하프연주회를 열었으나 연주회장을 찾은 학생은 단 세 명에 불과했던 것. 당황한 학교 당국은 원인을 수소문한 결과 학생들이 모두 기숙사에서 인터넷에 매달려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주회장을 쓸쓸하게 지켰던 리치 스타라는 학생은 "친구들은 연주회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듣고 싶은 음악을 골라 들을 수 있는데 굳이 콘서트가 열리는 현장을 찾을 필요가 없지 않느냐" 고 설명했다.

란체 크라메르 부학장은 다른 대학의 처지도 비슷하다는 소식을 듣고 이러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선 안된다고 판단했다. "인터넷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라지만 학생들이 문화적인 이해와 인간의 따뜻함을 배울 수 있는 곳은 역시 현실세계 뿐" 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대책을 찾았고 곧 ''문화활동 참여 활성화 프로그램'' 을 마련했다. 인터넷 서핑을 자제하고 음악이나 미술 등 문화활동에 직접 참석하는 학생들에게 인센티브를 주자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3시간짜리 클래식 음악 연주회에 참석한 학생에게는 3점의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식이다. 이렇게 1년 동안 최고 45점을 모은 학생에게는 5천달러에 해당하는 학비를 면제해주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인터넷에 빼앗긴 학생들을 다시 현실 세계로 끌어오기 위한 미 대학의 몸부림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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