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열린 광장

세종시 트라우마는 국가 성장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최민호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장

세종시. 이곳은 미래의 땅이다. 총리실을 비롯한 국가행정의 중추 기능이 이전되는 곳, 기초과학의 원천기술이 연구개발되는 곳, 21세기 최첨단 기능이 적용된 스마트 시티이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될 만한 기념비적 건축물이 즐비하게 들어서는 곳이다. 세종시는 밝고 희망 찬 미래의 명품 도시이자 창조 도시다.

 하지만 세종시는 평온한 마을이었던 연기 지역 주민들에게 깊은 트라우마(충격 후 남는 스트레스)를 남겼다. 피난을 방불케 하는 이주, 보상을 둘러싼 형제·친족·마을 간 갈등, 원안과 수정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반목, 그리고 다시 과학벨트 입지를 위한 힘겨운 투쟁….

 세종시가 건설되면 종래 연기군 지역과의 균형발전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행정도시에 들어오는 공무원·과학자 이주민과 원주민들이 같은 세종시민으로 화합할 수 있을까. 8조5000억원이라는 행정도시 건설의 예산을 지원하니 더 이상은 어렵다는 정부와 타 지역의 매정한 논리를 누가 극복해줄까. 앞날의 희망보다 불안이 더 커 보인다.

 그러나 어떻게 그들을 탓할 수 있으랴. 애초부터 행정도시는 그들이 요구한 것도, 세종시 발전을 위해 시작된 것도 아니었다. 국가 균형발전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건설되는 것이라면 그 과정에서 상처 입은 그들의 트라우마는 자기 책임이 아니다.

 이제 그들에게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는 신뢰의 처방이 필요하다. 힘찬 희망과 밝은 미래에 대한 확신을 선사해야 한다. 그들의 불안이 국민적 관심 속에 정부의 두터운 손과 따스한 눈길로 해소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내년에 출범하는 특별자치시 세종시가 나라의 장래를 위해 온 국민의 축복과 격려 속에 탄생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그들이 받은 트라우마가 국가발전을 위한 성장통이었기를 소원하고 있다.

최민호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