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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연구소 연구원 벤처행 경쟁업체 타격

중앙일보

입력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국.공립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의 벤처행이 경쟁업체들에 타격을 주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자통신분야의 핵심 국립연구소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의 연구원들이 대거 벤처기업으로 이직하거나 창업에 나서 관련업계의 경쟁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또 이들의 벤처행으로 연구원의 연구활동에도 상당한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ETRI에 따르면 지난 98년부터 2년간 이 연구소를 떠난 연구원은 모두 354명이며 올해말까지 연구원을 떠나겠다고 밝힌 연구원도 203명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8년 당시 1천백여명의 연구원중 5분1 가량이 이직한 셈이다.

특히 지난해말부터 시작된 이른바 `벤처 엑서더스''에 편승해 이 연구원의 언어공학연구부의 경우 연구원 4∼5명이 음성인식전문업체인 L업체로 자리를 옮겼으며 부장급 2명도 각각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등 30여명의 연구원중 10여명이 연구원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연구원들은 그동안 국가과제 수행과정에서 쌓은 연구실적과 노하우를 그대로 지닌채 특정 기업으로 이직함에 따라 경쟁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ETRI측도 전문 연구인력의 유출로 당면 국가 프로젝트 수행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공립연구소가 국가적 프로젝트 수행과정에서 얻은 핵심기술은 민간기업에 공평히 이전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들 핵심연구원들이 특정기업에 몰려감에 따라 국민세금의 낭비는 물론 벤처기업들의 공정경쟁에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한 번역프로그램 전문업체인 유니소프트의 조용범사장은 "국민의 세금을 연구비로 사용한 국.공립연구소의 연구원들이 특정기업으로 이직하거나 창업하는 것은 국민세금이 특정기업에 몰리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이들 연구원들의 이직을 규제하는 장치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민간기업의 부설 연구소도 연구원들의 이직에 대비해 채용조건으로 최소 몇년간 이직을 규제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데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공립연구소에서 이같은 규제장치없이 연구원들이 자유로이 특정기업으로 떠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ERTI관계자는 "이직하는 연구원을 대상으로 연구소의 연구관련 비밀누설을 방지하기 위한 각서를 받을 뿐 근로기준법상 이직을 막을 만한 규제를 마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일확천금을 꿈꾸며 떠나는 연구원들에게 학자적 윤리의식에 호소하는 방법외에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ETRI외에도 정보통신분야의 주요 국.공립연구소들이 전문 연구인력의 벤처행으로 연구수행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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