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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3학년 때부터 축구공과 함께한 청각장애인 선수 정준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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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축구는 제 꿈이자 인생입니다.” 천안축구센터에서 연습을 하던 한 축구 선수의 포부였다.

 약간 어눌하게 말을 이어가는 그는 조금 수줍어 보이기까지 했다. 청각장애 3급이라고 했다. 올해 3월 챌린저스리그인 천안FC의 일원이 된 정준영(26) 선수.

 정 선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축구공’을 만났다. 서산 해미초등학교 축구단에 가입했다. 당시 병을 앓았던 그는 그때부터 귀가 잘 안 들리기 시작했다. ‘청각장애’는 작지 않은 장애물이었다. 대화를 하면서 경기를 진행해야하기에 어떤 운동보다 어려웠다. 옆 사람의 입 모양을 봐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남들보다 두 배 세배 더 뛰었다. 남들이 운동장을 열 바퀴 돌면 스무 바퀴로 응수했다.

 시합에 들어가면 불편함은 더했다. 경기때는 더욱 운동장에서의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것이다. 그는 뛰고 또 뛰었다. ‘땀’을 무기로 만들었다. 경기 때는 물론 연습때도 동료들과 팀웍을 위해 신경을 최대한 집중시킨다.

 자로 잰 듯 한 패스도 하고, ‘치고 빠지는’ 작전도 함께 한다.

 “처음에는 무척 어려웠지만 친구와 동료, 감독님과 코치님의 많은 노력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의 땀과 노력, 주위 사람들의 배려가 있었기에 지금의 그가 있다. 그는 해미중학교, 삽교고등학교를 다니며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초당대학에서도 큰 활약을 하는 선수였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느끼는 벽은 점점 높아지기만 했다.

 대학 졸업 무렵 정 선수는 K리그 진출을 목표로 뛰었다. 하지만 그를 불러주는 곳은 없었다. 또 한 번의 시련이었다. 포기하지 않았다. 눈높이를 낮췄다.

 직장생활과 운동을 함께 하는 직장인팀에 들어갔다. 구미 실트론, 학생 신분을 벗고 만난 첫 팀이었다. 직장팀이긴 하지만 만만치 않은 팀이었다. 그가 있을 당시 내로라하는 팀들이 경쟁을 하는 FA컵에서 활약을 했을 정도의 팀이다.

 열심히 하던 그에게 시련이 닥쳤다. 지난해 소속 팀이 해체됐다. 갈 곳을 잃었다. 또 다른 방황의 시기가 시작됐다. 1년쯤 지났다. 지난 5월 원조 황금발 박윤기 감독을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천안FC 감독으로 있는 박 감독은 정 선수의 공백기를 메꿔 줬다. 수비수 였던 그의 포지션을 공격수로 바꿨다. 그리고 팀웍을 더욱 다져갔다.

 서울 마르티스와의 경기, 각종 컵대회 등 올해 후기리그에서 6경기를 뛴 정 선수는 5골을 기록하며 스트라이커의 자리를 굳혔다.

 박 감독은 그에게 또 다시 꿈을 심어줬다. 더 큰 무대로 옮길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박 감독은 “최근 챌린저스리그를 통해 내셔널리그나 K리그로 이적하는 선수들이 많아졌다”며 “정 선수에게도 이러한 꿈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박 감독은 이어 “정 선수를 보자 마자 정식 테스트를 거치지 않고 입단시켰다”며 “실력은 물론 성실면에서도 빠지지 않는 선수”라고 자랑했다. 최근 대회에서 실력을 입증해 보였다고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수원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어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드래프트를 준비하려 했지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엄두도 못냈습니다. 챌린저스리그에서 실력을 쌓은 후 다시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정 선수는 K리그 진출의 꿈을 품으며 구슬땀을 흘린다. 어릴 적부터 K리그 수원삼성의 팬이었다. 그래서 또 남들보다 더 뛴다.

그는 “올 시즌 후반기에 팀에 들어왔지만 후반기 10골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항상 팀을 위해서 열심히 뛰다 보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글=김정규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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