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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칸첸중가] 오는 8일 전후 정상 밟을 계획

중앙일보

입력

카트만두를 떠난지도 벌써 30여일이 지났다.세월은 흘러 벌써 계절의 여왕 5월로 접어들었건만 칸첸중가 베이스캠프에는 처음 이곳에 들어올 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는듯 싶다.

오늘은 새벽부터 부산했다.캬트만두에서 다와의 시신을 운구하러 오는 헬기가 오전 6시∼7시사이 베이스캠프에 도착하기 때문이다.지난달 28일 베이스캠프까지 옮겨진 시신은 부패방지를 위해 빙하지대의 눈을 파고 그 안에다 안치했었다.

시신은 오전 7시 헬기로 카트만두까지 운구되고 대신 카트만두에서 새로운 보급품이 도착했다.뜻하지 않은 사고로 베이스캠프에는 연료는 물론 부식이 거의 떨어진데다 대원들과 셀파들은 한달간 먹었던 음식에 물려 입맛을 잃은 상황이라 모두들 새로운 추진된 보급품에 눈독을 들이는 것 같았다.이번에도 주네팔 한국대사관의 정용관씨 부부가 준비하느라 고생을 했다.대원들 모두 감사한 마음으로 두분의 정성에 감사드린다.

뒤늦은 아침식사를 마친 대원들은 보내주신 보급품으로 파김치를 담느라 여념이 없다.오늘도 어제처럼 하늘이 더없이 맑다.

올봄 에베레스트에는 16개 원정팀이 몰려 베이스캠프에는 5백여명의 대원과 셀파들로 붐빈다고 한다.그러나 이전 시즌 히말라야지역에는 많은 눈이 내려 대한산악연맹의 에베레스트와 동국대학교 박영석대장이 이끄는 마칼루지역에는 4월말 현재 캠프2까지 진출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어제는 군사에서 2명의 포터가 럭시와 툼바 등 네팔 술을 팔러 그 무거운 짐을 메고 3박4일간 걸어서 베이스캠프까지 올라왔다.원정이 장기화되자 셀파들을 대상으로 술을 팔려는 그들의 상술이 이 험한 히말라야의 오지에서도 엿볼 수 있다는 것에 그저 놀
라울 뿐이다.

이곳 칸첸중가 베이스캠프에는 현재 한국을 비롯해 인도·스위스·영국 등 4개 팀이 정상 등정을 위해 활동을 하고 있는데 저마다 스타일이 달라 한팀 한팀 지켜보면 웃음이 나온다.우선 한국을 제외한 3팀 모두 누가 앞장서서 루트를 개척하는지 눈치만 살피고 있다.

3팀중 한국팀이 가장 싫어하는 팀이 영국이다.영국팀은 한국팀이 깔아놓은 고정 로프를 이용하면서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고 다와의 시신을 베이스캠프까지 운구할 때도 다른 팀들의 셀파들은 자시 일처럼 두팔을 걷어부치고 도와준데 반해 영국팀 셀파는 캠프1에서 이를 보면서도 손하나 까딱하지 않는 두꺼운 안면을 보여주었다.이들은 현재 캠프2에서 캠프3까지 장비와 식량만 옮기고 있을 뿐이다.

스위스팀은 현재 캠프3에 텐트를 쳐놓았으나 자신들이 가져온 고정로프가 동이나 다른 팀이 앞장서 나가기만 고대할 뿐 더 이상 앞서질 못하는 처지다.이에 반해 가장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인디아팀이다.이들은 같은 동양 팀이라는 보이지 않는 인연때문에 우리에게 자그마한 것까지 신경을 써주며 많은 대원과 셀파가 계속해서 캠프3까지 물자보급을 하고 있다.한국팀의 엄홍길대장은 정상등정은 한국·인도·스위스 3국이 합동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원정대는 2∼3일 체력보충을 한 다음 베이스 캠프를 출발,오는 8일을 전후해 정상을 밟을 계획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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