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장터로 풍물 배우러 오이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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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지난 3일 오후 경남 하동군 화개면 탑리 화개장터의 ‘문화다(多)방’에 상인 20여 명이 모여들었다. 한방 화장품 만드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다. 2시간 가량 진행된 수업시간 동안 상인들은 강사의 지시에 따라 한약재를 찧어 추출물을 내고 오일·향신료·유화제 등을 섞어 화장품 만드는 걸 익혔다. 수업을 들은 약초 상인 김재순(47)씨는 “관광객에게 한방화장품 만들기 체험을 지도하기 위해 수업을 들었다”고 말했다.

 화개장터에 ‘문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른바 ‘전통시장에 문화의 바람을 불어넣자’라며 문화체육관광부·하동군 지원으로 추진되는 ‘문전성시’ 사업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화개장터를 지역의 문화공간이자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펼쳐진다.

 지금까지 다양한 사업이 펼쳐졌다. 화개장터에 지역 예술가의 그림·시·사진이 내걸리는 ‘장터 갤러리’가 열려 관광객을 사로잡았다. 특산물 판매전도 수시로 열렸다. 상인들은 주 1회 문화다방에서 풍물·서예·노래를 배웠다. 보통 20명 안팎이 참여하는 이 문화프로그램은 상인에게 ‘1인 1기량’을 닦게 해 관광객 체험 행사에 활용될 예정이다.

 7월부터는 문전성시 2단계 사업이 추진됐다. 상인 대상으로 주 1회 도자기와 한방 비누·화장수·미용팩 만들기, 풍물 배우기 같은 다양한 수업이 진행된다. 전체 상인 100여 명 가운데 50여 명이 약초를 취급하고 있어 자생 한방약초의 종류·효능·복용방법을 가르치는 한방약초교실도 인기다. 하동군은 상인의 삶을 다룬 책과 상가 지도를 만들어 관광객에게 배포하고 있다.

 내년에는 상인들이 배운 솜씨로 문전성시 사업을 직접 펼친다. 풍물·생활한방·도자기·동영상 동아리 등을 구성해 관광객을 상대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화개장터의 날’을 운영해 풍물공연·장기자랑 행사를 연다. 약초표본·예술품 전시, 전통놀이 행사도 펼쳐 관광객 유치에 나선다.

 유광훈 하동군 문화시설 담당은 “문전성시 사업이 본격 추진되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20% 늘어난 18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화개장터=1970년대까지만 해도 전남과 경남의 사람들이 많이 찾았으나 농촌인구가 줄어들면서 쇠퇴했다. 하동군이 1997년부터 시장복원 사업을 벌여 2001년 다시 개장했다. 원래 전통시장이던 화개장은 지금은 5일 장처럼 장날이 정해져 있지 않고 상시 운영된다. 상인 100여명이 면적 8200여㎡에서 주로 지역 농특산물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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