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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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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9월이 오면 미국 대학들은 열병에 걸린다. ‘유에스뉴스(US News) 대학 랭킹’이 발표되는 것이다. 수시모집 직전이어서 순위에 따라 입시 판도가 출렁인다. 대학관계자들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까닭이다. 물론 오불관언(吾不關焉)하는 학교도 있다. 아이비리그 외에 리드대학이 대표적이다. 애플(Apple)사의 스티브 잡스가 학비 때문에 중퇴한 학교다. 1983년 처음 랭킹을 매겼을 때 학부대학 ‘톱 10’이었으나 지난해 54위에 머물렀다. 순위에 학교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료제출을 거부한 영향일까. 그래도 여전히 미국 내 톱 클래스의 학부대학이지만 학생들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잡지 포브스(Forbes)의 2010년 랭킹은 외국인에겐 뜻밖이다. 1위가 하버드나 프린스턴이 아니라 윌리엄스대다. 하버드는 8위로 ‘톱 10’에 턱걸이했다. 측정 지표에 학생들과 직접 관련이 없는 교수 연구업적을 뺀 것이다. 그런가 하면 월간 워싱턴(Washington Monthly)이 지난달 발표한 미국 대학순위에서는 UC샌디에이고가 1위였다. 기준이 ‘지역사회와 국가에 대한 기여도’였던 것이다. 저소득층 비율이 높고, 학생의 사회참여가 활발한 대학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입시정보 제공업체인 프린스턴 리뷰는 종종 재미있는 순위를 매긴다. 공부를 많이 하는 대학으로 하비머드대가 MIT를 제치고 1위였다. 가장 공부를 안 하는 대학은 노스다코타대다. 잘 노는 파티광(狂)으로는 오하이오대가 1위였고, 반면 가장 재미없는 대학은 브리검영대다. 바로 유타주에 있는 모르몬교 사립대학이다. 연봉 랭킹도 있다. 연봉조사업체 페이스케일의 재작년 조사에서 대학졸업 이후 중간관리자의 연봉은 다트머스, MIT, 프린스턴대 순으로 분석됐다. 일본 대학은 입시난이도 측면에서 도쿄대-교토대 순으로 꼽지만, 기업평가 랭킹에서는 와세다대-게이오대-교토대-도쿄대 순으로 나타난다. 학업과 기업의 선호도가 다른 것이다. 이처럼 관점에 따라, 측정 지표에 따라 대학의 순위는 각양각색이다.

 그럼에도 세계대학평가에서 SKY대학의 순위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한다. 워낙 ‘좌우로 나란히’보다 ‘앞뒤로 나란히’에 익숙한 터여서 순위에 민감한 것일까. 대학평가는 그저 수험생 참고자료일 뿐이다. 재정형편이 어렵다면 장학금을 기준으로, 현재보다는 미래가치를 가늠해 나만의 대학 랭킹을 매겨보면 어떤가. 마침 퇴출이다 폐교다 뒤숭숭한데.

박종권 jTBC특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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