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권혁세 “증권사, 신용융자 자제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김석동(左), 권혁세(右)

금융당국이 증권사를 향해 신용융자 업무를 중단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신용융자란 개인이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걸 뜻한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7일 “변동성 장세에 신용융자나 주식워런트증권(ELW)·외환차익(FX마진)거래는 가격변동 위험이 높다”며 “이 위험이 고객에게 전가될 수 있으니 (증권업계가)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열린 증권사·자산운용사·선물회사·투자자문사 등 금융투자업계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개인의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미 몇몇 회사가 신용융자 등을 앞장서서 줄이고 있는 건 바람직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금융투자협회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건전성 강화를 위해 증권사가 신용융자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두 수장이 연이틀 신용융자 업무를 중단하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한 셈이다. 지난달 증시가 급락한 뒤 변동성이 커지면서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해 손실을 볼 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선 이미 자의반 타의반으로 신용융자에 손질을 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16일 신규 신용융자를 잠정 중단했고, 대우증권은 지난 6일 신용융자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을 강화했다.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도 내부적으로 신용융자 중단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도 문제지만 신용융자를 금지하는 것도 문제”라며 “신용융자 규모는 이미 많이 줄고 있는데 억지로 막게 되면 개인이 손실을 만회하거나 수익을 얻을 기회를 차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