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左), 권혁세(右)
금융당국이 증권사를 향해 신용융자 업무를 중단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신용융자란 개인이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걸 뜻한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7일 “변동성 장세에 신용융자나 주식워런트증권(ELW)·외환차익(FX마진)거래는 가격변동 위험이 높다”며 “이 위험이 고객에게 전가될 수 있으니 (증권업계가)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열린 증권사·자산운용사·선물회사·투자자문사 등 금융투자업계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개인의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미 몇몇 회사가 신용융자 등을 앞장서서 줄이고 있는 건 바람직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금융투자협회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건전성 강화를 위해 증권사가 신용융자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두 수장이 연이틀 신용융자 업무를 중단하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한 셈이다. 지난달 증시가 급락한 뒤 변동성이 커지면서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해 손실을 볼 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선 이미 자의반 타의반으로 신용융자에 손질을 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16일 신규 신용융자를 잠정 중단했고, 대우증권은 지난 6일 신용융자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을 강화했다.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도 내부적으로 신용융자 중단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도 문제지만 신용융자를 금지하는 것도 문제”라며 “신용융자 규모는 이미 많이 줄고 있는데 억지로 막게 되면 개인이 손실을 만회하거나 수익을 얻을 기회를 차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