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만에 서울시장 접은 안철수, 대권 직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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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경철(左), 안철수(右)

아름다운 양보냐, 2보 전진(대선)을 위한 1보 후퇴(서울시장)냐.

 압도적 선두였던 후보가 지지율이 자신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군소후보’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상식 밖의 일이 벌어졌다. 지난 3일 실시한 중앙일보-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지지율은 39.5%였고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3.0%에 불과했다. 기존 정치권의 관행으론 안 원장이 박 상임이사에게 후보를 넘겨준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안 원장은 4일 인터넷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박 상임이사가 원하시면 그쪽으로 밀어드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군불을 지피더니 결국 6일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했다.

 안 원장은 왜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 몇 가지의 다른 해석이 나온다.



 안 원장 스스로는 박 상임이사가 만들었던 ‘아름다운 재단’의 이사를 자청해 맡을 정도로 박 상임이사와 친분이 있는 사이임을 강조하고 있다. 박 상임이사가 자신보다 여론 지지율은 낮지만 서울시장으로선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 양보한 것이란 취지의 얘기도 했다. 안 원장의 지인인 ‘시골의사’ 박경철씨는 “안 원장은 ‘정치권 코드’로 생각하면 이해할 수가 없는 사람”이라며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검토할 때도 당선 가능성은 별로 따지지 않았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인지 아닌지만 생각해 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안 원장의 ‘선의(善意)’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안 원장이 내년 대선 출마를 위해 서울시장 출마를 접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훨씬 우세하다. 소위 ‘대선 안철수-서울시장 박원순’이란 역할 분담론이다. 안 원장은 회견에서 “박 상임이사와 대선출마를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 시장 문제만으로도 고심하고 있어서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안 원장은 4일 인터뷰에서 “현 집권세력이 한국사회에서 그 어떤 정치적 확장성을 가지는 것에 반대한다”며 자신의 정파성을 뚜렷이 드러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서울시장에 나설 마음도 없는데 그런 소리를 왜 했겠나. 대선 출마를 위한 포석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4년째 대선 주자 지지율 선두를 달려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은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안 원장이 결국 소셜네트워크형의 인터넷 정당을 만들어 대선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본다”며 “서울시장 출마설은 결국 박 상임이사를 밀어주기 위한 쇼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최경환 의원은 "안 원장은 종잡을 수 없는 사람 같다. 황당하다”고 말했다. 구상찬 의원은 “안 원장은 정치권에 들어옴으로써 온갖 진흙탕에 빠지게 될 것이며 ‘박근혜 대항마’는 고사하고 대선 전에 중도 하차할 가능성이 크다”고 폄하했다.

 하지만 안 원장이 각광을 받은 이유가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극심한 불신감이 배경이기 때문에 진보진영이 ‘박근혜=구 정치 vs 안철수=새 정치’의 구도를 만들 경우 파괴력이 만만찮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안 원장은 이번 불출마로 인해 오히려 바로 대권주자로 자리 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안 원장이 진보진영 주자로 등장해 ‘박근혜 대세론’에 대응하게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여론조사기관들은 조만간 안 원장을 포함시킨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그 조사에서 안 원장이 전국적으로도 높은 지지율을 얻는 것으로 나온다면 ‘안철수 카드’는 서울시장 보선이 아니라 대선 국면에서 거론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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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

[現]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

196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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