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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정말 두 개였을까…쌍둥이 탐사선 내일 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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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의 무인(無人) 쌍둥이 달 탐사선 그레일(GRAIL) A·B호가 8일 오전(현지시간) 발사를 앞두고 추진체 위에 탑재되고 있다. 작은 사진은 그레일 A·B호가 달 궤도를 돌며 중력장 변화를 측정, 지구로 송신하는 모습을 그린 개념도다. 두 탐사선은 64~225㎞ 간격을 유지하며 달 표면 55㎞ 상공 궤도를 돌 예정이다. [NASA]

달의 신비를 벗기기 위한 도전이 다시 시작됐다. 인류가 처음 달에 발을 디딘 지 40여 년 만이다. 이번엔 사람 대신 쌍둥이 무인(無人) 탐사선이 ‘주인공’이다.

 AP 통신 등 외신은 6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달 중력장(重力場·gravitational field) 탐사선 그레일(GRAIL) A·B호가 8일 오전(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된다고 보도했다. 두 탐사선은 지구 대기권을 벗어난 뒤 분리돼 제각각 달을 향해 ‘여행’을 시작한다. 그레일 A호는 올해 마지막 날, B호는 새해 첫날 달에 도착할 예정이다.

 인류의 우주 탐사 역사는 1957년 시작됐다.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쏘아올리면서부터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연구 대상이 된 천체(天體)가 달이다. 탐사 작전 횟수만 총 109회. 69년 아폴로 11호 이래 유인 우주선이 여섯 번 달에 착륙했고, 12명의 우주인이 달 표면을 밟았다. 달에서 지구로 가져온 돌과 흙도 381㎏이나 된다.

 하지만 달의 신비는 아직도 상당 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다. 가령 달의 앞·뒷면 지형은 상이하다. 지구에서 보이는 앞쪽엔 평원이 많지만 뒤편엔 산이 많다. 앞쪽에 비해 고도가 평균 1.92㎞나 높다. 3000m가 넘는 높은 산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로로 이 같은 차이가 생겼는지는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최근 태양계 형성 초기에는 달이 두 개였는데 나중에 느린 속도로 충돌해 하나가 됐고, 그 흔적이 산으로 남아있다는 주장이 과학전문지 네이처를 통해 제기되기도 했지만 ‘가설’일 뿐 실측 증거는 없다. NASA 과학자들은 그레일 A·B가 이 같은 달의 비밀을 풀 단서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탐사선은 각각 달에 도착한 뒤 서로 떨어져 달 표면 55㎞ 상공 궤도를 돌 예정이다. 이때 아래쪽 지형과 그 내부 구조 차이에 따라 상이한 중력장 지대를 통과하게 되고, 이로 인한 속도 변화로 둘 사이의 간격은 64~225㎞ 사이를 오갈 예정이다. NASA는 두 탐사선의 위치 변화를 매초마다 0.1미크론(0.0001㎜) 단위까지 정밀하게 추적, 상세한 달의 중력장 지도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분석하면 달의 구조와 진화 역사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지휘하고 있는 미 MIT대 마리아 주버 박사는 “달은 오랫동안 인간 상상력의 원천이었다”며 “이번 탐사가 지구와 달의 역사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레일 A·B호 발사에는 델타2 로켓이 사용된다. 아폴로호 발사 때 사용된 새턴V 로켓보다 크기가 작다. 그 때문에 아폴로 때는 지구에서 달까지 약 38만㎞를 3일 만에 날아간 반면 두 탐사선은 석 달 반 동안 300만 ㎞ 이상을 멀리 돌아갈 예정이다. 이유는 단 하나. 경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재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버락 오바마(Barak Obama) 정부는 지난해 초 막대한 경비 부담을 이유로 2020년까지 달에 다시 유인 우주선을 보내 화성 탐사 전초기지를 만들기로 한 ‘콘스털레이션 계획’을 취소한 바 있다. 이번 그레일 프로젝트의 총경비는 4억9600만 달러(약 5314억원)다.

김한별 기자

◆중력장=중력이 작용하는 공간. 중력장의 세기는 중력가속도 값과 같고 중력 중심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약해진다. 이 때문에 중력가속도를 받으며 움직이는 물체의 속도 변화를 추적하면 지표 형태와 그 내부 구조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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