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관 20명으로 증원 반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가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선서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가 6일 “사법부의 급격한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고 사법부의 속성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이 “이용훈 대법원장과는 어떻게 다른 대법원을 만들 건가”라고 묻자 “사법부의 독립을 유지하고 재판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고자 하는 점에서 역대 대법원장들과 뜻이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양 후보자는 대법관 증원과 양형기준법 제정 등 사법개혁 논의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박주선 의원이 ‘대법관 20명 증원’에 대해 묻자 “증원하면 법원의 본래 모습이 왜곡된다”고 답했다. 양형기준법에 대해서도 “법관의 양형재량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경우 구체적 타당성이 없는 형벌이 내려질 수 있어 부정적”이라고 했다. 그는 또 대법원장의 인사권과 관련, “법원 조직이 법관 수가 2500~3000명에 육박해 대법원장 혼자 인사를 처리하기 힘들어졌다. 인사권을 고등법원장이나 각 지역에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 후보자는 가장 존경하는 대법원장으로 초대 대법원장인 가인 김병로 선생을 꼽았다. 그러면서 미국 연방대법원장 중에선 “사법개혁을 이룬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라고 답했다. 미국 10대 대법원장이던 태프트는 27대 대통령을 지낸 뒤 이어 종신 대법원장을 역임했다. 재임 중 사법개혁을 위해 대법원에 상고허가제와 로클럭(law clerk)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태프트는 1905년 7월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특사로 일본의 한국 지배를 묵인하는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체결한 당사자여서 양 후보자의 역사 인식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글=정효식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