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자 173만 명’ 유명 블로거, 전처 살해 혐의 수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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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경찰이 배포한 황덕하씨 수배 전단지.

인터넷상에서 유명세를 탔던 블로거 황덕하(52)씨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다양한 지식을 뽐냈다. 그의 블로그 방문자 수는 173만 명에 달했다. 그는 블로그에 역사·과학·시사·음모론 등 1만7000여 개의 글을 올리며 지식을 과시했다. 법률상식도 풍부해 누리꾼들 사이에 ‘서초동 인권변호사’로도 통했다. 그러나 황씨가 하루가 멀다 하고 올리던 게시물이 7월 7일 오전을 끝으로 더 이상 올라오지 않았다. 전 부인을 살해하고 도주한 혐의로 수배됐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는 7월 7일 오후 7시25분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곡반정동 자신의 부모의 집에서 2년 전 이혼한 전 부인 최모(52)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 당일 최씨에게 재결합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자기 부모가 보는 앞에서 최씨를 살해하고 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씨는 범행 직후 인터넷 접속이나 휴대전화 등 외부접촉을 차단하고 종적을 감췄다.

 경찰은 황씨의 행적을 쫓을 단서가 나오지 않자 그를 지명수배하고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황씨는 2003년부터 범행 직전까지 서울 신림동 고시원에 거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온라인에서 그를 변호사로 둔갑시킨 법률지식은 10년 전부터 법무사 시험을 준비하며 익힌 것들이었다. 수원남부경찰서 관계자는 “황씨는 키 1m78㎝에 건장한 체격으로 고시원에 숨어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의 인상착의가 담긴 수배전단 2만 부를 전국에 배포했다.

수원=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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