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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기관차’ 키루이, 42.195㎞ 맨앞에서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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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선수들만 승부를 겨루는 것이 아니다. 선수들의 몸짓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사진기자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4일 대구 시내에서 열린 남자 마라톤 경기에서 각국 사진기자들이 포토 트럭을 타고 선수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남자 마라톤 1위로 들어오는 케냐의 아벨 키루이.

‘페이스 메이커’ 출신 마라토너가 세계 최고의 철각(鐵脚)으로 거듭났다.

 아벨 키루이(29·케냐)가 4일 대구 시내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마라톤에서 우승했다. 그는 42.195㎞ 풀코스를 2시간7분38초에 달려 동료 빈센트 키프루토(2시간10분06초)와 에티오피아의 페이사 릴레사(2시간10분32초)를 멀찍이 따돌렸다. 키루이는 스페인의 아벨 안톤(1997년 아테네, 99년 세비야 대회)과 모로코의 자우아드 가리브(2003년 파리, 2005년 헬싱키 대회)에 이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마라톤을 2연속 제패한 세 번째 선수가 됐다. 키루이의 우승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참가 선수 중 개인 최고 기록(2시간5분04초)은 가장 좋았지만 무릎과 발목 부상으로 올해 한 차례도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재활에 몰두한 키루이는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대구에 왔다. “이번 대회가 마라톤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믿음도 강했다.

 키루이는 조금 이르다 싶은 20㎞ 지점부터 스퍼트해 독주했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엔 탭 댄스를 추며 우승을 자축했다. 키루이는 스무 살에 마라톤을 시작한 늦깎이다. 경찰 채용 달리기 대회에서 우승해 케냐 경찰이 됐고, 그 뒤부터 정식으로 마라톤 훈련을 했다. 처음엔 동료를 돕는 페이스 메이커였다. 그러나 데뷔 무대였던 2006년 베를린 마라톤에서 9위에 올라 두각을 나타냈다.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2시간6분54초의 대회 신기록으로 우승해 마라톤 강자로 우뚝 섰다. 남자 마라톤에서 금·은메달을 보탠 케냐는 이번 대회 남녀 마라톤에 걸린 메달 6개 중에서 5개를 휩쓸며 장거리 최강국임을 입증했다.

 다섯 명이 출전한 한국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정진혁(21·건국대)이 2시간17분04초로 23위에 오른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상위 세 선수의 기록을 합쳐 순위를 가리는 단체전(번외경기)에서도 6위(6시간57분03초)에 그쳐 메달을 얻지 못했다.

대구=김우철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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