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검찰 기습 … 곽노현 20분간 수색 지켜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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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누구세요?”

 “검찰에서 나왔습니다.”

 2일 오전 8시10분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검찰 수사관들이 벨을 눌렀다. 출근 준비를 하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결국 그는 함께 있던 보좌관에게 문을 열어주도록 지시했다. 서울중앙지검 소속 수사관 4명은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한 뒤 집안 이곳저곳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집에는 곽 교육감의 노모와 부인 정모씨 등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압수수색 과정을 20여 분간 지켜보다 8시40분쯤 무거운 표정으로 집을 나섰다. ‘서울의 교육 대통령’으로 불리던 그도 갑작스러운 압수수색에 낭패감을 감추지 못한 것이다.

  곽 교육감은 보좌관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이웃 주민에게는 “불편을 끼쳐서 죄송합니다”라고 말을 건넸다. 하지만 기자들의 질문에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검찰 수사관들은 오전 10시까지 압수수색을 계속한 뒤 곽 교육감의 자택을 나섰다.

 수사관들이 압수수색에 앞서 곽 교육감에게 소환통보서를 전달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그로부터 30분 뒤였다. 수사를 지휘하는 공상훈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오전 11시 사무실 문을 열고 기자들을 맞았다. 공 2차장은 “곽 교육감은 참고인 신분이냐”는 질문에 “피의자 신분”이라고 단호하게 못을 박았다.

 “압수수색 시점이 너무 늦었고, 결과물도 보잘것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곽 교육감이) 이미 치울 건 다 치우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이날 수사관들이 가져온 압수물은 노트북 컴퓨터 가방 1개 분량이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물증 확보 차원이라기보다는 경고 차원의 압수수색이 아니었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곽 교육감 측이 “돈을 준 적이 없다” “대가성 없이 2억원을 줬다” “이면합의가 있었을 수 있지만 곽 교육감은 몰랐다” 등 잇따라 말을 바꾸고 외부에서 언론 플레이를 하는 데 대한 경고 메시지를 압수수색을 통해 던진 것이란 얘기다.

박진석·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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