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8월 일자리 한 개도 안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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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고용시장이 얼어붙었다. 더블딥(경기 회복 후 재침체) 우려가 더 커졌다.

 미 노동부는 “8월 한 달 동안 비농업 취업자수 증가가 0명에 그쳤다”며 “통신회사 버라이존이 파업을 계기로 직원 4만5000명을 해고한 영향이 컸다”고 2일 발표했다. 이는 6만5000개의 새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던 월가의 예상을 뒤집는 수치다. 신규 일자리 수 ‘0’은 2010년 9월 이후 최악의 수치다.

 또 올 6월 취업자수는 애초 4만6000명에서 2만 명으로, 7월 취업자수는 11만7000명에서 8만5000명으로 하향 조정됐다. 하지만 실업률은 한 달 전과 같은 9.1%로 나타났다. 구직자들이 일자리 찾기를 단념한 탓이다.

 미 자산운용사 노던트러스트의 이코노미스트인 애셔 뱅걸로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경기가 다시 둔화하고 있는 터여서 고용사정이 좋지 않으리라 예상하기는 했지만 실제 수치는 아주 좋지 않게 나왔다”고 말했다.

 미 고용악화는 하루 전 확인된 글로벌 제조업 경기 둔화 조짐과 맞물려 더블딥 우려를 부채질했다. 1일 발표된 유로존(유로화 사용권)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0으로 7월 50.4보다 하락했다. 최근 2년 사이 가장 낮은 수치다. PMI가 50을 넘으면 경기 상승을, 50 밑이면 하락 가능성을 의미한다.

 미국 PMI는 50.6을 기록해 시장 예상치(48.5)를 웃돌았다. 하지만 지수가 2009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세계 경제의 신형 엔진인 중국의 PMI는 49.9로 전월보다 개선됐지만 여전히 50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엔화 강세에 따른 수출 부진 영향으로 제조업지수가 석 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마침 1일 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1.7%로 낮췄다. 지난 2월에 내놓은 예상치는 2.7%였다. 백악관 쪽은 “실업률 역시 내년까지 9% 밑으로 떨어지기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경제학)는 2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경제포럼에서 “세계 경제는 2008년보다 더 나쁜 상황에 놓여 있다”며 “무엇보다 정책 수단이 고갈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예상보다 악화된 고용사정 때문에 개장과 동시에 100포인트(약 1% 정도) 이상 하락하며 출발했다. 앞서 열린 유럽 주요 증시는 미국의 고용지표가 발표되면서 3% 안팎 하락세를 보였다.

 한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고용 연설’을 할 예정이다. 그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회간접자본 투자확대와 세금감면 등을 제안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0~21일 이틀 동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3차 양적 완화(QE)를 논의할 전망이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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