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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탄 없는 지식재산권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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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철호
KAIST 경영대학 교수

“총성만 없을 뿐 전쟁이 따로 없어. 지식재산권이 바로 21세기형 총탄이야!”

최근 한 모임에서 참석자가 삼성과 애플 간 특허전쟁을 도마에 올리며 던진 말이다. 실제로 요즘 삼성과 애플이 특허와 디자인 등 지식재산권을 놓고 세계 각지에서 겨루는 일합(一合)은 우리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무엇보다 무형자산의 가치, 다시 말해 지식재산권 확보가 중요하고 그 위력 또한 얼마나 큰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서 특허와 디자인·실용신안·상표권·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심지어 생존까지 결정지을 수 있는 핵심 키워드다. 각종 지식재산권을 무기로 내세운 국경 없는 전쟁은 이미 오래전에 막이 올랐다.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전선에는 전·후방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중앙정부와 대기업만의 몫이 결코 아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특히 지역 중소기업의 지식재산권 경쟁력이 취약해 걱정이다. 대다수 중소기업의 경우 지식재산권 관련 인력 및 자금 부족과 정보의 수집·분석 능력 미비 등 3중고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재산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는 물론 국내 대기업에 권리를 빼앗기는 사례가 허다하다.

 이런 가운데 특허청과 한국발명진흥회가 운영하고 있는 지역지식재산센터가 중소기업의 지식재산권 경쟁력 강화에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주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전국 32곳에 개설돼 있는 이 센터는 지역의 중소기업체와 발명가에게 맞춤형 지식재산권 컨설팅을 해주고, 비영어권에 진출했거나 진출 예정인 중소기업을 위해 현지어 맞춤형 브랜드 개발 및 권리화까지 도와준다.

 2004년 출범한 센터는 그동안 지자체와 중소기업의 지식재산권 역량을 강화하는데 나름대로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많은 지자체와 중소기업들이 센터의 문턱이 닳을 정도로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고, 센터 측도 이들의 요구와 기대를 선제적으로 충족해 나가야 할 것이다. 삼성과 애플의 소송전이 상징하듯이 지식재산권은 무시무시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우리의 지자체와 중소기업들이 ‘지역의 지식재산권 경쟁력이 대한민국의 경쟁력’이라는 인식을 갖고 다양한 ‘지식재산권 총탄’ 창출에 더욱 힘써 주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김철호 KAIST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