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공 로고 조금만 틀어져도 안돼 … 카메라 3대로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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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심이 2개인 듀얼코어 볼인 프로V1x의 중심에 들어가는 심을 들고 설명하고 있는 타이틀리스트 직원.

“사진을 찍지 말아주세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뉴베드퍼드의 타이틀리스트 골프공 제3공장. 취재진을 안내한 팻 엘리엇 품질관리부장은 곳곳에서 사진 촬영은 물론 휴대전화 사용도 금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예민한 곳은 마지막 단계인 로고와 번호를 인쇄하는 공정이었다.

타이틀리스트 골프공의 얼굴인 ‘프로V1’과 ‘프로V1x’엔 로고 및 번호와 함께 퍼팅 때 홀을 정확히 겨냥하도록 도와주는 화살표 문양이 찍혀 있다.

‘AIG(공 정렬을 도와주는 통합 마크)’라는 이 화살표는 타이틀리스트가 확보하고 있는 수십 개 특허 중 하나다. 공에 나 있는 328개의 작은 홈(딤플)을 딱 반으로 가르는 정중앙에 인쇄하는 게 기술이다. 로고·번호와 함께 화살표가 인쇄되면 세 개의 카메라가 이를 찍어 컴퓨터에 보낸 뒤 위치가 정확한지 자동으로 검사한다. 엘리엇은 “미세한 오차라도 퍼팅에 영향을 준다”며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발견되면 기계가 공을 솎아낸다”고 설명했다.

 검사는 이걸로 끝이 아니다. 3층 건물 맨 위층에 있는 원재료 배합 공정에서 마지막 인쇄 공정에 이르기까지 총 65번에 걸쳐 검사가 이루어진다. 타이틀리스트 제리 벨리스 사장은 “프로 V1과 V1x의 명성은 품질에서 나왔다”며 “반복 검사로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낮췄다”고 말했다. 첫 검사는 프로 V1 공의 중심에 들어가는 ‘코어’라는 고무공을 만드는 공정에서 시작된다. 자동차 타이어를 만드는 데 쓰이는 폴리부타디엔을 주재료로 열 가지 종류의 첨가제가 들어간다. 배합 비율은 비밀이다. 버무려진 코어 재료가 3층에서 2층으로 내려오면 성분이 제대로 배합됐는지, 무게는 적정한지 검사한다.

 여기서 프로 V1과 V1x의 공정이 갈린다. 세 겹으로 이루어진 V1과 달리 V1x는 네 겹이다. 코어 안에 작은 코어가 하나 더 들어 있다. 애초 타이틀리스트는 2000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처음 프로 V1을 선보였다.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 시들해졌다. 선수들에게 설문해 보니 V1에 스핀이 너무 많이 걸리고 높이 뜬다는 불평이 쏟아졌다. 연구 끝에 타이틀리스트는 코어 안에 작은 코어를 하나 더 넣는 기술을 고안해냈다. 딱딱한 코어 안에 말랑한 작은 코어를 넣어 공을 때릴 때 두 코어가 반대 방향으로 작용해 회전력을 줄이도록 한 것이다. 벨리스 사장은 “현재 PGA 프로 중 60%가 타이틀리스트 공을 쓰고 있다”며 “이 중 65~70%는 네 겹인 프로 V1x를 애용한다”고 소개했다. 프로선수에겐 스핀보다 거리와 탄도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뉴베드퍼드 공장엔 미국 기업에서 보기 드문 특징도 있었다. 종업원의 평균 근속연수가 16년6개월이다. 부장급 이상은 20년이 넘는다. 1935년 설립됐으나 노동조합도 없다. 그만큼 가족 같은 분위기다. 공장과 제품에 대한 자부심도 컸다. 벨리스 사장도 “첫 직장인 타이틀리스트가 마지막 직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새 경영진에 대한 기대도 컸다. 월리 율레인 아큐시네트 최고경영자(CEO)는 “타이틀리스트는 그동안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였지만 앞으론 글로벌 브랜드가 될 것”이라며 “특히 아시아시장 공략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강조했다.

뉴베드퍼드(매사추세츠주)=정경민 특파원

윤윤수 회장 “의류 브랜드 키워 아시아 시장 공략”

“타이틀리스트 의류 브랜드로 아시아시장 공략에 나서겠다.”

 세계 1위 골프공 제조회사 타이틀리스트를 인수한 필라코리아 윤윤수(사진) 회장의 구상이다. 필라코리아는 7월 29일 골프용품 브랜드 타이틀리스트·풋조이·코브라 등을 거느린 지주회사 아큐시네트를 최종 인수했다. 이후 한 달 동안 전 세계 아큐시네트 사업장을 돌아본 윤 회장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페어헤븐에 있는 본사 인근 골프장에서 현지 언론을 상대로 첫 기자회견을 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앞으로의 사업 구상은.

 “골프용품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은 의류다. 그렇지만 타이틀리스트는 그동안 골프선수를 상대로 한 공과 클럽에 치중했다. 앞으론 주말골퍼에게 더 다가갈 것이다. 이를 위해 타이틀리스트 골프의류를 선보일 예정이다. 의류를 앞세워 한국은 물론 중국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 ”

 -아큐시네트 기존 경영진과의 관계는.

 “처음엔 현지 직원이 말도 안 붙이더라. 그렇지만 필라코리아는 인수합병(M&A) 경험이 많다. 가장 중요한 건 절대 점령군 인상을 풍기지 않는 거다. 내가 이사회 회장이지만 모든 일을 현지 경영진에게 먼저 묻는다. 한국에서도 최고재무책임자(CFO) 딱 한 명만 데려왔다. 비서까지 현지인을 쓴다. 이제 한 달 지났지만 화학적 융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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