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재개 첫날, 문턱만 높아졌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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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대출은 되는데 명확한 용도가 있어야 합니다.”

 1일 서울 중구의 우리은행 지점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알아보자 돌아온 답변이다. 이 직원은 “이제 1억원 미만 대출도 소득증빙서류가 있어야 한다”며 재직증명서·원천징수영수증을 가져오라는 안내를 덧붙였다.

 또 지난달 중순 사실상 중단됐던 은행의 가계대출 판매가 1일 재개됐다. 이날 돌아본 4개 은행(농협·우리·신한·하나은행) 창구에선 대출 상담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가계대출 문턱은 예전보다 더 높았다. 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한층 깐깐하게 해서다.

 농협중앙회는 실수요 대출이라는 걸 증빙서류로 뒷받침해야만 대출을 해 주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이번 주부터 신용대출 3000만원 이상, 주택담보대출 1억원 이상이면 반드시 본부 협의를 거치도록 심사를 강화했다. 신한은행은 만기 일시상환방식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은 이달 들어서도 해 주지 않는다. 시중은행 가계대출 담당 임원은 “금융 당국이 분기별로 가계대출 증가율을 관리하기 때문에 9월엔 대출을 크게 늘릴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대출 금리도 일부 올랐다. 이날 찾아간 하나은행 지점에서는 “은행 상품은 금리 조건이 좋지 않으니 차라리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을 하라”고 권했다. “예전엔 영업점에서 우대 금리를 줘서 금리를 4%대 후반으로 맞춰 줬지만 이젠 다 해도 5.1%밖에 안 나온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마이너스통장 방식의 신용대출에 대해 가산 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월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77%로,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규 연체 발생액은 줄었지만 은행들의 연체 채권 정리 규모가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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