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여성 상위직 증가…임금격차는 여전

중앙일보

입력

미국에서 직장여성들의 승진을 가로 막는 이른바 '유리 천장'에 서서히 금이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 인구조사국의 통계에 따르면 1998년 현재 경영진과 행정·관리직에 종사하는 미국 여성은 모두 710만명으로 5년 전에 비해 29%가 늘어났다.

여기서 말하는 경영진과 행정.관리직은 최고 경영자에서 중간 또는 하위 관리자에 자영업자까지 포함한 것으로 비슷한 직위의 남성은 940만명으로 여전히 여성보다많지만 증가율은 19%로 여성에 비해 크게 뒤졌다.

여성들의 상위직 진출이 확실한 추세라고 단언하기는 아직 힘들지 모르지만 사무실 구석 자리와 고급 가죽의자가 더 이상 남성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에는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데브러 메이어슨 스탠퍼드대학 교수는 "유리 천장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지만 이것을 깨뜨리는 여성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현상의 주요 배경으로는 자녀를 홀로 키우는 여성과 맞벌이 부부의 증가등 다양한 요소가 꼽히고 있으며 전체 인구의 51%가 여성이라는 점도 한몫하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성들이 상위직에 대거 진출했다고 봉급상의 불평등 해소까지 이루어진것으로 혼동해서는 안된다.

지난 98년 남성이나 여성이나 중간 경영진의 연봉은 똑같이 20%가 늘었지만 남성은 5만1천351달러로 여성보다 거의 1만7천달러나 많았다.

또 같은 관리직이라도 남성과 여성의 보직에는 차이가 있다.
뉴욕의 여성단체 '캐털리스트'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3월31일 현재 미국 500대 기업의 임원 가운데 여성은 4년 전보다 37%나 늘어 전체의 11.9%를 차지했고 여성 임원이 2명 이상인 기업이 220개에서 282개로 28%가 증가했지만 회사의 손익을 책임지고 있고 최고 경영진에 오를 기회가 많은 이른바 '라인' 조직 임원은 남성이 93%로 압도적이다.

다시 말하면 여성은 임원으로 승진해도 기껏해야 인력 관리나 홍보 등 지원 조직 담당으로 낙착되는 수가 많다는 것이다.
아울러 여성들은 수많은 편견과도 싸워야 한다.

일부 회사에서는 여성이 밤늦도록 일하면 '지배욕이 강한 여자'쯤으로 치부되지만 남성들이라면 '열정적'으로 평가되곤 하는 게 그 예다.

이들 문제는 격식 없는 의논이나 결정이 이뤄지는 이른바 '올드 보이'(old boy)집단에 끼어드는 여성이 더 많아져야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여성이 직장에서 자리를 굳히고 있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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