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학교 괴산 오는데 중원대 뿔난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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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그동안 골프연습장 공사 소음으로 강의가 어려웠습니다. 앞으로 연습장이 문을 열면 공 치는 소리 때문에 면학 분위기를 해치는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충북 괴산의 중원대학교 교수와 학생들이 뿔났다. 대학과 2m가량 폭의 도로를 사이에 두고 군(軍)의 골프연습장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중원대 교수회는 최근 골프연습장 철거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골프연습장 설치를 허가해 준 괴산군청을 항의 방문했다. 교수와 학생들은 “골프연습장으로 인한 소음 발생 등 피해 방지 대책을 마련해 주지 않을 경우 연습장 철거운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골프연습장을 짓고 있는 곳은 학생중앙군사학교(학군교)다. 학군교는 9월 중순 완공을 목표로 지난해 7월부터 중원대 캠퍼스 경계지역에 체력단련장인 골프연습장을 만들고 있다. 11월 경기도 성남에서 괴산군 괴산읍 대덕리로 이전하는 학군교는 319개의 건물을 짓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가 골프연습장이다. 연습장 규모는 1만2710㎡로 50개의 타석과 휴게실, 샤워실 등이 들어선다. 철탑을 세워 185m(가로 50m) 길이의 그물망도 설치한다.

 중원대 박영근(스포츠과학부) 교수는 최근 “중앙군사학교 내에 골프연습장 철탑 건축(높이 54m) 허가를 내준 것은 교육환경과 조망권 침해 등이 우려된다”며 청주지법에 ‘골프연습장 철탑 허가처분 취소소송’을 냈지만 각하됐다. 재판부는 “건축일로부터 이미 90일이 지나 효력이 없다”며 “괴산군이 골프연습장이나 철탑에 대해 독립된 건축허가를 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중원대 석수길 기획경영처장은 “골프연습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기관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며 “중앙군사학교 부지가 500만㎡가 넘는데 굳이 대학 캠퍼스 옆에 연습장을 지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사를 맡고 있는 LH공사 측은 법원이 중원대의 행정소송을 기각한 만큼 공사를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LH공사 장혁진 부장은 “애초 계획에는 골프연습장이 중앙군사학교 내에 있었지만 개방시설인 점을 고려해 외부에 지은 것”이라며 “공사 과정에서 협상을 진행했지만 중원대 측이 일방적으로 거부했다. 앞으로도 철거나 공사중단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허가를 내준 괴산군 원영성 건축팀장은 “골프연습장은 부대·체육시설로 건축상 문제가 없다”며 “적법한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교수회는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하는 등 대응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국방부와 충북도, 국민권익위원회 등을 방문해 학교 측의 입장을 설명하기로 했다. 또 청주지법이 각하한 행정소송은 항고할 방침이다. 교수회와 학생회는 9월부터 국방부, 중앙군사학교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내년 3월 대통령 참석하는 임관식 때도 시위에 나서기로 했다.

신진호 기자

◆학생중앙군사학교=1961년 초급장교 교육을 위해 경기도 성남에 세워진 군(軍) 교육기관. 학군사관(ROTC)·학사사관 교육과 예비군 지휘관 교육을 맡고 있다. 11월 충북 괴산( 대덕리 505만3371㎡)으로 이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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