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보이는 한국 달동네 신기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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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지난 30일 감천문화마을을 찾은 일본 관광객들이 계단을 오르고 있다. [사하구 제공]

“곤니찌와.”(안녕하세요)

 30일 오후 부산의 대표적 달동네인 감천문화마을(사하구 감천2동) 골목길이 일본인 80여명으로 북적였다. 일본 도쿄에서 날아온 한류 아이돌 그룹 ‘키노’의 팬클럽 회원들이다. 2박3일 일정으로 이날 방한한 일본 관광객들은 부전마켓타운과 용궁사를 둘러본 뒤 감천문화마을을 찾았다. 이들은 감천마을 관광안내소 ‘하늘마루’에서 문화관광 해설사로부터 감천문화마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옥상 전망대로 올랐다.

 사사키 마리(25) 씨는 “집들이 여러 채 있어도 앞집이 뒷집을 막지 않고 바다가 보이는 마을 구조가 신기하다. 우리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나라를 직접 보기 위해 부산을 찾았다”라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감천문화마을에 ‘유네스코 워크캠프’에 참가한 해외 8개국 13명의 대학생이 찾았다. 외국 대학생들은 마을 곳곳을 누비며 자기 나라 언어로 된 ‘마을 관광지도’를 만들었다. 자기 나라의 전통문화를 초등학생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감천문화마을의 경우 평일에는 100여명, 주말에는 200여명이 찾고 있다.

 재생된 부산의 달동네들이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부산시는 120억원을 들여 지난해 8월 시범적으로 시작한 부산의 달동네 4곳의 재생사업을 최근 마무리했다.

 달동네 재생사업은 기존 마을을 보존하면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쪽으로 추진하고 있다. 빈집을 사들여 헌 뒤 공공세탁실과 쉼터를 조성했다. 옹벽은 벽화 갤러리로 만들었다. 하천을 복개해 길을 내고 쌈지공원도 만들었다. 달동네의 상징인 골목계단은 난간을 설치한 뒤 조형물과 조명을 설치했다.

 해외 관광객이 머물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와 실향민들이 묵을 수 있는 민박촌도 준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부산시가 주도하지 않고 주민들의 고용을 창출해 내는 마을 공동체 사업으로 벌이고 있다.

 달동네를 지나는 산복도로 주변의 환경을 되살리는 사업인 ‘산복도로 르네상스’도 마무리 단계다. 산복도로는 6·25 전쟁 때 피란민들의 판자촌이 들어선 산 가운데로 길을 내면서 생겼다. 총 길이가 35㎞에 이르는 부산의 상징이다.

 부산의 달동네들은 1950년대 한국 전쟁때 부산으로 몰려든 피란민들이 산자락에 쪽방살이하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판자촌에서 시작돼 슬레이트 집들로 바뀌었지만 꾸불꾸불한 골목길은 그대로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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