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교육감 직선제 폐지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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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교육감 선출 방식 개선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교육감 선거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진보진영 내 경쟁 후보에게 후보 사퇴 대가로 2억원을 준 의혹이 드러난 충격의 여파다. 곽 교육감 사태는 교육감 직선제가 안고 있는 예고된 폐해라며 차제에 교육감 직선제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감 직선제 취지는 지방교육 수장(首長)을 주민이 직접 뽑아 교육자치를 강화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2006년 도입 이래 적잖은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취지가 빛이 바랬다. 무엇보다 엄정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교육 수장을 뽑는 선거라고 하기 민망할 만큼 혼탁 양상이 극심하다. 후보자 간 교육정책 대결은 뒷전이고, 상대편 헐뜯기와 고발이 난무했다. 유권자의 무관심도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 16개 시·도에서 동시에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선 후보자들이 교육 공약보다는 투표용지 순번 알리기에 목을 매는 볼썽사나운 사태가 벌어졌다.

 고비용 선거란 점도 불법·부정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서울시교육감의 경우 법정 선거비용이 38억원이 넘는다. 수십 년간 교육에만 종사해 온 후보자들이 이런 큰돈이 있을 리 만무하다. 선거를 치르는 동안 주변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어 교육비리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 학원에서 선거자금을 받거나 부하직원에게 인사 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아 구속된 일이나, 곽 교육감 사태도 결국 이런 잘못된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 교육계는 더 늦기 전에 머리를 맞대고 교육감 직선제 폐지와 대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 우선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후보가 러닝메이트로 선거를 치르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한나라당 이철우·원유철 의원이 러닝메이트제를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해 이미 국회에 계류 중이다. 러닝메이트제는 일단 선거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다 유권자에게 교육정책을 홍보하는 측면에서도 효율적일 수 있다.

 ‘시·도지사의 교육감 임명제’도 선진국 대부분이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시·도지사가 일방적으로 임명하는 게 아니라 의회 동의 과정을 거친다면 교육감 후보에 대한 충분한 인사 검증이 가능하다고 본다. 지자체장과 교육감 후보 간 ‘정책 연합’ 방안이나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년 세종시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제안한 ‘공동 출마 직선제’ 같은 방안도 본격적인 러닝메이트제 도입에 앞서 과도기적 대안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

 교육은 정치와는 다르다. 정치에선 대중의 뜻이 중요하지만 교육에선 그에 못지않게 전문성이 중요하다. 대중의 뜻에만 휘둘릴 경우 교육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 교육감 직선제를 더 이상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고집 부려서는 안 되는 이유다. 교육의 본질을 살리는 방향으로 교육감을 뽑는 대안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 그래야 교육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공교육 정상화를 앞당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