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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순익 넘은 ‘지킬 앤 하이드’ 그 ‘신화’ 뒤에 숨은 4가지 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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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킬 앤 하이드’는 조승우뿐 아니라 류정한·홍광호·김준현·김우형 등이 고른 활약을 보이며 91.9%의 놀라운 점유율을 보였다. 사진은 조승우. [사진작가 김호근]


28일 막을 내린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순수익 100억원을 돌파했다. 한국 뮤지컬의 신기원이다. 9개월간 찾은 관객은 35만여 명, 매출액은 275억원이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표 참조>


 2008년 이후 한국 뮤지컬 시장은 하락세였다. 특히 지난해 세계 최정상급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미스 사이공’마저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아이돌 캐스팅 이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란 냉소가 팽배했다. 한국 뮤지컬 시장에 ‘지킬 앤 하이드’가 새로운 돌파구를 연 셈이다. 오디뮤지컬컴퍼니 신춘수 대표로부터 ‘지킬 앤 하이드’ 수익 100억 신화의 비결을 들어봤다.

한국 뮤지컬 흥행기록을 새로 쓴 ‘지킬 앤 하이드’의 신춘수 프로듀서.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① 골라 보는 재미=“흥행 일등공신은 조승우”라고 신 대표는 잘라 말했다. ‘지킬 앤 하이드’가 국내 초연된 건 2004년.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조승우는 이 작품을 통해 초특급 배우로 부상했다. 한국 뮤지컬에 스타 시스템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조승우의 위력은 강했다. 티켓 판매 10분 이내에 전회 매진됐다. 군복무에 따른 2년간의 공백이 기대를 증폭시켰다. 조승우가 공연에서 하차한 건 5월 초. 흥행도 어려울 것이라 예상됐다. 아니었다. 하차 직후 2주일 남짓 관객수가 조금 빠졌지만 이후 공연이 끝날 때까지 탄력을 받았다.

 또 다른 주연 배우 홍광호·김준현·김우형 등이 분전했다. 각 배우의 이름을 딴 조지킬·류지킬(류정한이 연기한 지킬)·홍지킬 등으로 팬들의 선호도가 갈렸고, 그들의 연기력·가창력 등을 비교하는 게 일반화됐다. 신 대표는 “이제 관객들은 내용만이 아닌, 배우에 따라 작품을 고르기 시작했다. 관람 형태의 진화”라고 했다.

 ② 재해석의 힘=“논 레플리카(non-Replica)로는 내가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신 대표는 전했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선 썩 재미를 못 본 ‘지킬 앤 하이드’가 국내에서 성공을 거둔 데엔 한국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킬 앤 하이드’는 미국에서 음악과 대본만을 사왔다. 나머지 연출·안무·무대·의상 등에 한국 창작자의 공력이 덧붙여졌다. 원천 기술은 해외에서 빌렸지만 ‘하이 터치’의 묘를 살린 셈이다. “한국 관객 입맛에 맞는 스펙타클, 호흡, 애잔함 등을 살려냈다”고 한다.

 ③ 브랜드 전략=2004년 초연 당시 공연장은 코엑스 오디토리움. 2년 뒤에는 국내 최고 수준인 서울 예술의전당으로 옮겨가 완성도를 높였다. 일본에서는 ‘한류 뮤지컬’의 첫발을 내디뎠고, 국립극장·LG아트센터 등에서도 공연했다. 초연 이후 평균 2년에 한번 꼴로 무대에 올리며 완성도·인지도를 키워갔다. 신 대표는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관객층을 넓히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레퍼토리화로 제작비를 낮추고 매출을 늘리며 수익구조를 개선시켰다. 7년 만에 빅뱅이 터진 셈”이라고 돌아봤다.

 ④ 파워풀한 노래=지킬이 부르는 ‘지금 이 순간’, 루시의 ‘새 인생’ 등 유독 솔로곡이 많다. 신 대표는 “선과 악을 넘나드는 탄탄한 스토리만큼 가슴을 저며오는 노래가 이어진다. 강렬한 자극을 원하는 한국 관객의 정서와 일치하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글=최민우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레플리카(Replica)와 논 레플리카(non-Replica)=라이선스 뮤지컬은 크게 두 종류다. 소품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해외 원작을 100% 그대로 재현해야 하는 레플리카와 음악·대본 등 뼈대를 유지한 채 나머지 부분엔 변화를 줄 수 있는 논 레플리카로 나눌 수 있다. ‘지킬 앤 하이드’를 비롯, ‘삼총사’ ‘잭 더 리퍼’ 등이 최근 흥행에 성공한 논 레플리카 뮤지컬의 대표적인 예다. 레플리카란 복제품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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