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자율고 탐방 ⑥ 충남 한일고 - 최용희 입학상담실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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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 합격자들의 평균 성적은.

“평균 성적을 상·중·하로 구분해 보면 157~158점, 155점, 154~155점대에 각각 몰려 있다(교과학습 반영 점수는 160점이 만점). 내신 성적을 잘 관리한 농어촌 학교 학생의 경우 158점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교과 성적은 학업에 대한 기초 학습수준과 성실성을 보여줄 뿐이다. 이보다는 학교생활기록부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최종 합격자를 가르는 것은서류 평가와 면접임을 명심해야 한다.”

-부족한 교과 성적을 서류평가와 면접으로 극복할 수도 있다는 뜻인가.

“한 합격자의 경우 교과 성적이 154점으로 합격자의 평균성적에 비하면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면접 결과 아버지의 뒤를 따라 경찰이 되겠다는 목표와 진로가 명확했다. 진로와 관련한 독서 활동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합격생 중 교과 성적이 낮은 점수는 어느 정도 되나.

“지난해 147점인 지원자가 합격하기도 했다. 면접에서 자기주도학습 실천과 봉사·독서 활동이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교과 성적이 높은데도 떨어진 사례가 있나.

“그렇다. 157점으로 지원했지만 불합격했다. 영어 부문에서 교내·외 상을 받을 만큼 우수한 언어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반면 면접에선 한일고에 입학하겠다는 열정이 안보였다. 면접관 15명이 꼬리를 물고 심층 질문을 던져 지원자의 의지를 탐문해 선별한다.”

-반영 교과별로 별도 가중치가 있나.

“없다. 다만 수학과 과학 교과를 지원자의 중요한 학습역량의 하나로 눈여겨 본다. 하지만 그 역량도 교과 간의 균형을 이뤄야 하며 봉사·체험 활동의 우수성도 함께 고려된다.”

-봉사·체험 활동 평가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은.

“한일고의 설립 정신이 사인여천(事人如天)과 실천궁행(實踐躬行)이다. 자신을 위해 지식, 어짊, 용기를 기르고, 이웃을 위해 사랑의 실천을가르치고 익힌다는 의미다. 즉 사람 존중의 뜻이다. 이에 따라 학습계획서를 쓸 때 자신이 느끼고 배운 점을 담는 노력이 필요하다.”

-입학 의지와 비교과 활동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학교생활과도 관련되기 때문이다. 한 해에 신입생 1~3명이 중도에 나간다. 학업성적이 최상위권인데도 소극적인 성격 탓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부모가 자녀와 떨어져 지내는 것을 참지 못해 데려간 적도 있다.”

-사교육 습관에 젖어있는 신입생도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겠다.

“입학 직후 첫 학기가 고비다. 한일고는 이시기를 ‘사교육 때 빼기’라고 부른다. 학교 주변엔 사교육 시설 하나 없다. TV나 온라인 강좌도 스스로 찾아 들어야 한다. 즉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공부를 잘 하려면 결국 수업시간에 전력 질주하는 수 밖에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필요한 비교과 활동을 농촌에 있는 한일고에선 어렵지 않을까라는 학부모들의 걱정이 있다.

“봉사활동은 지역 관공서?사회복지기관들과 연계해 한일고 재학 3년 동안 하고 있다. 이웃 초·중학교로 학습지도 봉사를 나가기도 한다. 의료 봉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학부모가 함께 참여하기도 한다. 특기적성 교육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부모나 전문가를 초빙해 진행하기도 한다. 연구실적을 쌓을 수 있도록 도서 출간과 논문 작성도 독려하고 있다.”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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