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증시, 내릴땐 더 내리고 오를땐 덜 올라

중앙일보

입력

"내릴 때는 더 떨어지다가 오를 때는 왜 따라오르지 못하나. "

미국 나스닥지수와 다우지수가 반등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18일 코스닥지수는 오히려 3.77% 하락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이날 5% 이상 오르긴 했지만 전날 11%가 넘는 하락률을 고려할 때 여전히 아시아 다른 증시보다 낙폭이 큰 상태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주가가 미국 증시가 내릴 때는 더 심하게 떨어지고 오를 때는 그만큼 따라오르지 못하는 '악성동조화' 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 다른 아시아 증시 상황〓17일 아시아 국가 중 지난 주말 9.7%가 폭락한 미국 나스닥지수보다 더 떨어진 곳은 거래소와 코스닥 모두 11% 이상 하락한 한국밖에 없었다. 싱가포르와 홍콩이 8%대 이상의 하락률을 기록했을 뿐 일본.태국.필리핀 증시는 4~6% 하락에 그쳤다.

지난 주 토요일 장이 열린 대만의 경우 미국 증시의 폭락을 미리 반영(15일 -5.4%)했다고는 하지만 미국 증시의 반등을 확인하지 않은 17일 주가지수가 1.43%가 오르는 '독자성' 을 과시했다.

증시전문가들은 국내 주가가 미국 주가의 변동에 다른 나라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 상황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 심리적인 요인과 함께 정보통신주 중심의 시장구조와 뚜렷한 매수주체의 부재, 악화된 수급상황 등 구조적인 요인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 미국 따라하기〓매일 아침 미국 증시 상황을 살피는 것은 '투자의 기본' 이 된지 오래다. 장중에 인터넷으로 나스닥지수선물을 참조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이같은 '미국 증시 보기 현상' 이 확산된 이유에는 인터넷 관련주의 폭발적인 상승을 정당화할 수단이 바로 미국 나스닥시장이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사이버 트레이딩의 폭발적인 증가와 맞물려 주가 추세를 보고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뇌동매매 또한 이같은 추세를 심화시켰다.

◇ 외국인 의존도 높아져〓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제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의 영향력이 강화된 것도 우리 증시가 외풍(外風)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신영증권 장득수 조사부장은 "외국인들이 투자를 할 때는 자국의 증시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며 "올들어 외국인들이 6조원 가량을 순매수하며 '나홀로 장세' 를 이끌어 온 것을 감안하면 미국시장 동향이 국내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이라고 말했다.

굿모닝증권 투자분석부 이상호 과장은 "이날 코스닥시장이 오르지 못한 것은 외국인들과 이들에 동조한 기관의 매도가 결정적" 이라며 "외국인들의 경우 나스닥시장이 아직 바닥을 확인하지 못했으며 이에 따라 코스닥시장도 아직은 불안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 밝혔다.

◇ 국내 증시 정보통신주 비중 높아〓국내 증시의 핵심종목이 인터넷과 정보통신 관련주라는 것도 최근의 주가변동을 심화시킨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의 첨단기술주가 거품논란에 빠진 상황에서는 국내 정보통신주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대증권 정태욱 이사는 "거래소 시장의 경우 시가총액의 52% 정도가 인터넷.정보통신 관련주이고 코스닥 시장은 1백%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라며 "대만의 경우도 PC조립 등 정보통신 관련 기업들이 많기는 하지만 대부분 규모가 작은 기업이어서 삼성전자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있는 국내와는 사정이 다르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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