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CEO 30명 e-메일 설문조사

중앙일보

입력

"온라인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현장(오프라인)이 결합된 포털업체로 변신을 서둘러야 합니다."

미국 증시 폭락소식이 전해진 17일 오전, 다음 커뮤니케이션의 이재웅 사장은 전략기획 회의에서 방향전환을 선언했다.

높은 주가에 안주해온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주가 붕괴로 벤처 옥석가리기가 시작되자 '생존' 이란 냉혹한 현실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중앙일보가 지난 17일 국내의 대표적인 인터넷기업 최고경영자(CEO) 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e-메일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3%가 현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현재 주가에 대해 응답자의 53%가 '거품' 이라고 답하는 등 '고평가됐다' 는 응답이 '적정하다(30%)' '저평가됐다(17%)' 보다 많아 인터넷업계 스스로 주가거품을 인정했다.

코스닥 폭등→풍부한 자금조달→기업확장의 선(善)순환이 언제든지 주가하락→자금난→경영위축이라는 악(惡)순환으로 반전될 수 있다는 것.

정보통신부의 고광섭 과장은 "머니게임식 인터넷 사업은 주가폭락으로 종언을 고했다" 며 "수익성을 갖춘 기업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위기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응답자의 73%가 기업 인수.합병(M&A)에 눈을 돌리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M&A 대상업체로 인터넷 솔루션업체(33%)뿐 아니라 17%가 오프라인 업체를 꼽은 점.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본격적인 제휴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들은 앞으로 인터넷 광고(10%)보다 전자상거래(77%)에서 수익이 날 것이라고 전망, 전자상거래를 놓고 치열한 격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동양오리온 투자신탁의 남경기 운용본부장은 "대부분의 인터넷 벤처들은 오프라인에서 취약점을 안고 있어 M&A를 통해 보완해야 할 것" 이라며 "M&A의 주력은 오프라인의 강자인 대기업과 벤처 투자 펀드가 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삼보컴퓨터.두루넷.나래이동통신.TG 벤처투자 등은 상반기 중 최소 2천억원의 인터넷 기업 전문 M&A 펀드의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구조조정 펀드도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 지난해부터 화의.부도기업 물량이 별로 없어 넉넉한 실탄을 갖고 있다" 며 "벤처들이 도산하면 이들 펀드가 M&A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응답자들은 또 바람직한 인터넷 벤처기업 형태에 대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업체(37%)' '미디어.전자상거래.콘텐츠가 결합된 업체(37%)' 를 선호했다.

인터넷 업계의 차기 주도권도 미디어.콘텐츠.전자상거래가 결합된 업체(40%),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업체(30%)가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발등에 불인 수익성 제고를 위해 무료서비스의 유료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응답비율도 34%에 달했다.

지난해 10월부터 통합메시징서비스(UMS)를 공짜로 제공한 한글과컴퓨터의 전하진 사장은 "증시가 폭락하는 상황에서 회원수만 늘리는 비즈니스 모델은 한계가 있다" 며 "5월 1일부터 UMS서비스를 유료화하겠다" 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전원이 외국진출을 계획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수익구조 다변화(60%).글로벌 이미지 구축(23%)을 위해서는 외국진출이 불가피하다는 것.

응답자들은 현재 벤처기업의 가장 어려운 점으로는 인력부족(87%)을 꼽아 벤처업계의 인력난을 방증했다.

올해 안에 신규인력을 채용하겠다는 업체도 83%에 달했다.

고려대 고한석 교수는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최근 증시폭락이 과열분위기를 진정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며 "확실한 원천기술을 가진 벤처들이 도약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설문에 응답한 기업들----------------------------

드림위즈, 거원시스템, 사이버텍홀딩스, 핸디소프트, 테크노필, 아이팝콘코리아, 레떼컴, 인티즌, 야후코리아, 하우리, 코스메틱랜드, 한글과컴퓨터, 에이메일, 지식발전소, 다음커뮤니케이션, 바람소프트, 지오인터랙티브, 웹투폰,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 셀피아, 인터파크, 인츠닷컴, 네오위즈, 노머니, 로커스, 라이코스코리아, 오마이러브, 프리챌, 시큐어소프트, 옥션(무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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