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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 강화해야 할 로스쿨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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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정영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내년 2월 첫 졸업생 배출을 앞두고 있다. 짧은 기간 내에 로스쿨 제도는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지난 2년 반 동안 로스쿨 운영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어떻게 수정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학생들은 아직도 시험이나 학점을 염두에 두고 강의를 듣고 있다. 그러나 졸업 후 변호사로서의 업무수행을 전제로 한 강의를 선택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단순히 출신 학교나 학점이 아니라 무슨 과목을 누구에게 들었으며, 교과목 외에 어떤 활동을 했는지 등이 더 중요한 평가기준이 돼야 한다. 교수는 사법시험 합격자수 경쟁에서 벗어나 교과목 내용이나 진행방법에 있어 실무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법률사무소와 기업은 실무수습에 참여해야 한다. 많은 곳에서 형식적으로 2~3 주 운영에 그치고 있으나 법률가 훈련이 이들의 지속적 발전계획에 포함돼야 한다. 기업은 법률가를 ‘비용 발생자’가 아니라 ‘문제 해결자’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법률사무소도 새로운 법률가들을 영입하고 교육과 경쟁을 통해 성장하겠다는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는 임상교육을 고민해야 한다. 대부분의 로스쿨에서 임상교육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로스쿨이 임상교육의 실시계획을 세울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학교와 지역사회 문제의 해결만으로도 충분한 임상교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내년 2월 졸업할 젊은 법률가 상당수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다. 당장 일자리가 없다는 것은 개인들에게는 너무나 황망할 일이고 사회로서는 무책임한 일이다. 기업과 정부, 법률사무소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한국 최고의 젊은이들이 커갈 수 있는 길을 찾아 주기를 바란다.

정영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