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천상(?) 여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5면

매우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향해 “다소곳한 모습이 천상 여자다”와 같은 표현을 하곤 한다. ‘타고난 여자’라는 의미로 ‘천상 여자’라고 쓴 것인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천생 여자’와 같이 ‘천생’을 써야 바르다.

 ‘천생’과 ‘천상’은 단어를 이루고 있는 한자어를 살펴보면 구별하기 쉽다. ‘천생(天生)’은 ‘하늘 천(天)’ 자와 ‘날 생(生)’ 자가 만나 이루어진 단어로, 하늘로부터 타고남 또는 그런 바탕을 의미한다. ‘천상(天上)’은 ‘하늘 천(天)’ 자와 ‘위 상(上)’ 자가 만나 글자 그대로 ‘하늘 위’를 뜻한다.

 따라서 ‘천생’은 “내 짝꿍은 천생이 얌전하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것이 꼭 여자 같다” “천생의 농사꾼인 아버지도 결국 수해로 일손을 놓으셨다”처럼 사용된다. ‘천상’은 “눈을 감자 저 멀리 천상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천상의 피조물인양 아름다웠다”와 같이 쓸 수 있다.

 ‘천생’은 ‘하늘로부터 타고남’이라는 명사 외에 “천생 선생님이다”에서와 같이 ‘타고난 것처럼 아주’, “할 사람이 없으니 천생 내가 해야겠구나”에서와 같이 ‘이미 정하여진 것처럼 어쩔 수 없이’란 의미의 부사로 사용되기도 한다.

 김현정 기자

▶ [우리말 바루기]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