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길 여는 한국육상 경보 김현섭 첫 메달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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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남자 경보 20㎞ 세계 랭킹 7위에 올라 있는 김현섭. 그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10위 이내 입상을 노리고 있다. 사진은 김현섭이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남자 경보 20㎞에서 2위로 골인하는 순간. [중앙포토]


육상 국가대표팀 김현섭(26·삼성전자)은 한국 경보의 대들보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꼽힌다.

 그는 올 시즌 남자 경보 20㎞ 세계랭킹 7위다. 지난 3월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경보선수권대회에서 1시간19분31초의 한국신기록으로 우승하며 톱10에 들었다. 세계선수권에 나가는 한국 선수 가운데 올 시즌 세계랭킹 10위 안에 든 선수는 김현섭이 유일하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공식 홈페이지는 지난 21일 종목별 전망을 내놓았다. IAAF는 “20㎞ 경보는 중국과 러시아의 양강 구도다. 김현섭은 안방의 이점을 살려 이를 깨뜨릴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고 소개했다. 김현섭의 기록은 올 시즌 세계랭킹 1위(1시간18분30초)인 왕젠(중국)에게 크게 뒤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구의 무더운 날씨 때문에 1시간 21~22분대에서 메달 색깔이 결정될 것으로 본다. 후반까지 선두권에서 버티면 김현섭에게도 기회가 있다.

 김현섭은 한국 경보의 역사를 써왔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20㎞에서 은메달을 따냈고,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선 동메달을 땄다. 2008년 1시간19분41초로 결승선을 통과해 한국 선수로는 처음 1시간20분의 벽을 깬 뒤 두 차례 더 자신의 한국기록을 갈아치운 기록 제조기이기도 하다.

 대구 세계선수권을 앞둔 김현섭의 각오는 남다르다. 그에겐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사귄 동갑내기 아내 신소현씨가 있다. 2006년엔 아들 민재도 얻었다. 하지만 잦은 대회 참가와 합숙훈련 등 일정에 쫓기다 보니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 김현섭은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아내에게 면사포를 씌워주고 싶다”고 했다. 11월 26일로 결혼식 날짜까지 잡아뒀다.

 김현섭은 속초 설악중 1학년 때 육상에 입문했다. 처음에는 800m와 1500m를 달리는 중거리 선수였다. 그러나 중 3 때부터 경보로 종목을 바꿨다. 1m76㎝·60㎏으로 경보 선수로서 이상적인 체격을 갖춘 데다 몸이 유연해 물 흐르듯 경쾌하게 걷는 게 그의 강점이다. 15㎞ 이후 스피드가 떨어지는 약점이 있었지만 거듭된 훈련으로 체력을 많이 끌어올렸다.

 김현섭은 “컨디션이 무척 좋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에선 기록이 잘 나와 큰 부담은 없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회가 남의 잔치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 내가 메달을 따면 한국의 잔치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현섭의 목표는 메달을 목에 건 아들과 함께 결혼식에 입장하는 것이다.

  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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