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금리인상설등 투자심리 극도 악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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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금요일(Bloody Friday)' .

14일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가 사상 최고의 낙폭을 기록하면서 오전장까지 인터넷 신문에 떠있던 '황량한(bleak) 금요일' 이란 머리 제목은 이렇게 바뀌었다.

월가에서는 이날의 주가폭락을 1987년 10월 19일의 '블랙 먼데이' 보다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의 주가 폭락이 단순한 조정국면으로 보기에는 과도한데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오히려 추가하락을 부채질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 주가 왜 이렇게 떨어졌나〓개장 전 발표된 3월 중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투자자들의 투매를 불러일으켰다.

인플레 여부를 가늠하는 대표적 척도인 CPI가 0.7% 증가로 나타나 예상치(0.5%)를 웃돌며 5년래 가장 빠른 상승속도를 보였다.

이 가운데 식료품과 에너지 비용을 제외한 핵심 CPI는 0.4% 증가해 예상치의 두배에 달했다. 이에 따라 금리 대폭 인상설이 시장에 나돌았다.

다음달 21일로 예정된 FRB 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를 0.5~0.75%포인트까지 대폭 인상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제기됐다.

나스닥의 경우 첨단기술주의 조정국면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으로 투자심리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1차 공판결과가 불에 기름을 끼얹는 역할을 했다.

증권사들이 다투어 '마진 콜' 에 나선 것도 폭락의 주원인이 됐다. 뉴욕증시에서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은 금액은 3월 현재 기록적인 2천7백85억달러에 이른다.

◇ 앞으로는 어떨까〓최소한 다음 주초까지는 하락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우지수의 경우 반등이 가능하지만 나스닥의 경우 이미 기술적 저지선인 3, 500선이 힘없이 무너진 만큼 3, 000선이 깨질 가능성도 작지 않다.

그린스펀은 14일 장이 끝난 후 "인간의 속성은 불확실성에 직면할 경우 거기서 빠져나가려는 정상적인 자위(自衛)반응을 보인다" 며 "이는 금융시장도 예외일 수 없다" 고 강조했다.

그는 또 "(증권)시장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고 말했다. 투자심리를 더욱 냉각시킬 발언들이다.

프루덴셜 증권의 투자분석가 래리 와치텔은 "기관의 매도공세와 마진 콜 등의 여파로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며 "현재 미 증시에서 지지선 개념은 무의미하다" 고 말했다.

그러나 대세 상승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만만치 않다. 조셉덜사의 수석전략가 래리 라이스는 "최근 주가하락은 장기적으로는 과도한 투기적 거품을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이라고 전망했다.

◇ 우울한 닷컴 기업들〓나스닥의 연일 하락으로 닷컴 기업 주가가 끝없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인터넷 전자상거래 업체인 밸류 아메리카.e토이스의 경우 최근 몇주간 주가가 96%, 94%씩 떨어졌다.

대표적 인터넷 기업인 야후와 아마존도 50%, 60%씩 하락했다. 포레스터 리서치는 보고서를 통해 "닷컴기업의 절반 이상이 1년 이내에 망할 것" 이라며 "전자상거래 업체의 허니문 기간은 끝났다" 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14일 "이렇다 할 수익을 못내고 있는 닷컴기업 직원들은 대기업 회귀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며 "시스코의 경우 닷컴기업 종사자들의 취업원서 접수건수가 지난 3개월간 10~20% 늘었다" 고 전했다.

이 신문은 새로 닷컴기업에 취업하는 사람들의 경우 주가하락을 보전할 목적으로 보다 많은 스톡옵션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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