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 90만원 vs 180만원 가격파괴가 불지른 ‘치과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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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임플란트 치아의 발암 가능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안전에 별문제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식약청은 23일 “베릴륨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말이나 먼지를 장기간 흡입하면 폐렴·폐암 등을 일으킬 우려가 있지만 주조(鑄造) 후 환자에게 장착된 상태는 위해(爲害) 가능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임플란트용 인공치아(세라믹 치아)는 뼈대(지지대) 역할을 하는 금속 위에 도자기를 씌워 만든다. 인공 치아의 지지대는 여러 금속의 합금으로 구성되는데 발암물질 논란이 일고 있는 베릴륨(Be)도 그중 하나다. 베릴륨은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등급 발암물질이다.

 이 때문에 최근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가 “유디치과가 환자 보철물(補綴物)에 발암물질을 사용했다”고 대대적인 공세를 폈다. 유디치과는 “인공치아의 뼈대를 이루는 제품 중 하나인 T-3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안전한 재료”라며 치협의 음해라고 반박했다. 유디치과는 전국에 119개 회원 치과를 둔 대표적인 네트워크 치과그룹이다.


 식약청 김현정 의료기기관리과장은 “고체로 된 치과용 재료(임플란트 치아를 지칭)에서는 베릴륨이 새 나오지 않으므로 세라믹 치아를 장착한 사람의 건강에는 해를 미치지 않는다”며 “T-3를 치아가 빠진 부위에 맞게 가공(절삭·용해)하는 기공사들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약청은 2009년 6월 의료기기전문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김웅철 교수는 “베릴륨 중독은 치기공사의 직업병”이라며 “합금화(세라믹 치아를 지칭)가 됐을 때 환자의 입 안에서 베릴륨이 용출(溶出)된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식약청은 베릴륨의 허용기준(0.02%)을 초과한 제품인 T-3를 수입해온 ㈜한진덴탈이 시중에 유통 중인 물량을 전량 회수하도록 조치하고 이 업체를 고발했다. 또 6개월 수입 업무 중지 조치했다. 2009년 6월 베릴륨 기준을 초과하는 치과용 재료의 수입이 금지됐으나 한진덴탈은 통관 서류를 교묘하게 작성해 최근까지 수입했다. 통관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것이다.

  치협과 유디치과는 ‘베릴륨 싸움’ 이전에도 진흙탕 싸움을 벌여왔다. 이유는 유디치과의 ‘무료 스케일링, 임플란트 가격파괴 정책’이 발단이 됐다. 유디치과가 ‘서민치과’를 표방하며 임플란트 개당 가격을 90만원에 치고 나왔다. L치과 네트워크가 유디치과의 뒤를 이었다. 한때 최고 300만원까지 하던 일반 치과들이 가격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고 지금은 150만~250만원 정도 한다. 유디치과는 90만~160만원이다. 수입 재료를 쓸 경우 유디치과는 160만원, 일반치과는 250만원을 받는다. 유디치과 김종훈 대표원장은 “네트워크 병원의 단체 구매력을 활용해 원가를 낮췄다”며 “의사 인건비를 포함한 원가 46만원인 국산 임플란트를 90만원만 받는다”고 말했다. 반면 일반치과는 180만원 정도 받는 실정이다.

  치협은 그동안 임플란트 재료회사 등이 유디치과에 제품을 납품하지 말 것을 독려하는 ‘클린치과운동’을 벌여왔다. 4월 치협 회장 선거에서는 모든 후보들이 “유디치과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김세영 회장이 당선되면서 유디치과 공격이 본격화됐다. 그러다 지난달 중순 치과개원의협회가 “유디치과가 임플란트 수를 늘리기 위해 생니를 뽑고 함량 미달의 금을 사용하며 치위생사가 보철물을 담당한다”며 과잉진료와 부실진료 실태를 폭로했고, 18일에는 베릴륨 문제를 제기했다. 치협 이민정 홍보이사는 “유디치과가 진료비를 낮추기 위해 질이 낮은 싸구려 재료를 사용하고 과잉 진료를 한다”고 말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김형성 사업국장은 “유디치과가 최소한의 의료 윤리도 지키지 않은 채 극단적인 영리 추구를 하고 있다”며 “그대로 방치할 경우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치과 의원들이) 과잉 진료를 따라갈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유디치과 김 대표원장은 “임플란트 가격 인하는 자연스러운 경쟁의 결과이며 국민들의 염원”이라고 반박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이주연 기자

◆임플란트와 베릴륨=임플란트는 망가진 이를 대신해주는 인공치아. 기존의 보철보다 씹는 능력이 좋아지고 반영구적인 장점이 있다. 금속 지지대를 세우고 그 위에 세라믹(크라운)을 입혀 인공치아를 만든다. 베릴륨은 금속 지지대에 함유된 성분이다. 한국·일본·EU의 베릴륨 허용기준은 0.02%다. 미국은 2%가 허용 기준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T-3의 경우 1.6%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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