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수묵화 그린 부채 2011개 제작…“대구 세계육상 온 외국인에게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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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정 화백이 세계육상선수권 기간 외국인에게 선물할 수묵으로 그린 독도 부채를 들어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그림으로 독도 알리기를 실천해 온 정수정(56) 화백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바빠졌다. 정 화백은 이번에 대구를 찾는 200여 나라의 선수·임원 등 외국인에게 자신이 그린 독도가 들어간 전통부채를 선물할 계획이다. 모두 2011개를 준비하고 있다.

 “여름에 필요한 게 부채 아닙니까. 대구에 머무는 동안 부치거나 햇볕을 가리고 귀국할 때 꼭 가져갔으면 합니다.”

 대구 이천동 화실에는 작업을 마친 부채가 가지런히 쌓여있다. 정 화백은 “들고 다니기만 하면 늘 독도 그림이 보일 수 있도록 합죽선 대신 전통부채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림은 독도의 동도와 서도, 삼형제 굴바위 뒤로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붉은 해가 떠오르는 모습이다. 작은 그림이지만 판화가 아니다. 직접 그리다 보니 데생부터 색칠·낙관까지 그림 하나에 15차례 손이 간다. 2년 전쯤 시작했는데 아직 작업이 덜 끝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대회가 임박해 요즘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밤샘 작업을 하고 있다. 손잡이에는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영문을 찍었다. 부채와 함께 영문으로 만든 명함과 독도 홍보 팸플릿도 포장한다. 재료 구입에는 1000여 만원을 들였다.

 그만큼 정 화백은 독도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2005년 주한 일본대사가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한 발언을 뉴스로 접한 이후다. 그동안 호랑이와 한국 풍경에 매달려 온 그는 그때부터 14차례 독도를 드나들며 스케치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청소년들에게 독도를 알리기 위해 전국 20여 곳에서 독도 그림 순회전을 열고 있다. 또 2009년 대구 프레 국제육상경기 때는 4호 크기의 독도 그림 액자 280여 개를 외국인들에게 배포했다. 지금까지 정 화백이 그린 독도만 2만여 점에 이를 정도다.

 “화가가 직접 그렸으니 한번쯤 보지 않겠어요. 또 돌아가 한번쯤은 독도를 얘기하지 않을까요.”

 그는 벌써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때 전할 독도 그림 선물도 구상 중이다.

대구=송의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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