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획재정부 장관 “아들딸에게 책임있는 재정 운용 할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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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들딸들에게 책임 있는 재정 운용을 할 때다.”(22일 오전 7시 조찬강연에서) “정책을 번복하는 게 가장 나쁜 정책.”(오전 10시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답변에서)

 22일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은 서울 도심과 여의도를 오가느라 적잖이 분주했다. 오전 7시에는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서 강연을 했다. 이후 오전 10시에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참석했다. 두 자리는 성격도 시간도 달랐지만 그의 발언은 하나로 모아졌다. 재정은 원칙대로 해야 하며, 정치권의 요구나 포퓰리즘에 따라 경제정책이 흔들리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조찬강연에서 재정 지출을 통한 경기 부양을 ‘쉬운 길’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쉬운 길’로 가고 싶은 유혹을 끊어야 한다”고 했다. 박 장관은 “쉬운 길을 택했다가 결국 재정 전반에 어려움을 초래한 것이 선진국 재정위기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최근 세계적인 경기 불안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이나 추경 편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를 자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어 그는 “정부도 임기 내에 경기가 활성화되는 것이 나쁠 게 없기 때문에 쉬운 길을 택하고 싶은 유혹을 많이 느끼지만 유혹을 끊는 용기도 필요하다”며 “미래 세대를 생각해 보면 무책임하게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쉬운 길을 택하는 것은 자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회로 자리를 옮겨서도 그의 소신 발언은 이어졌다. 그는 “감세 기조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며 철회나 시기 조정 등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다.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진 추가 감세 철회 논란과 관련해 정부의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그는 “2009년 국회에서 2012년부터 감세를 하도록 뜻을 모아 주지 않았나. 정부는 국회가 뜻을 모아준 대로 하겠다”며 “정책의 일관성을 지켜야 하며 정책을 번복하는 게 가장 나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대신 박 장관은 비과세 감면을 줄여 세원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일몰이 도래한 비과세 감면은 최대한 많이 종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만 서민을 위한 비과세 감면은 가급적 연장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정부가 앞으로 인위적인 재정지출은 자제하되 감세 기조는 유지하는 식으로 소극적인 확장정책을 펴 나가겠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지금의 금융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정부의 판단도 작용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처음보다 더블딥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주류는 더블딥까지 가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며 “대외 부문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편이나 현재 위기는 우리 시장이 충분히 감내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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