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해적판 SW.비디오 '천국'

중앙일보

입력

말레이시아가 아시아의 다른 국가에서 지속적인 단속으로 설 땅을 잃게 된 불법 비디오 및 음반 해적판의 새로운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다. 콸라룸푸르에서 10일 열린 소프트웨어 정책 지도자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그간 오랫동안 중국과 홍콩에서 범람하던 불법 비디오와 음악 CD 등이 이제 콸라룸푸르로 속속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에 해적판이 손쉽게 들어오는 것은 상대적으로 이 나라가 저작권법이 느슨하고 단속도 허술하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무역 및 소비자문제부의 파하민 라잡 국장은 "중국과 홍콩에서 해적판 단속이 심해지면서 그곳의 불법제품들이 말레이시아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콸라룸푸르에 회의 참석차 온 12개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정부 관리 및 기술전문가들은 아.태지역 불법 복제품을 제거하기 위한 방안 모색을 최우선 의제로 올려놓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큰 도시들에서는 불법 CD, 비디오테이프, 소프트웨어 복제품이원본 가격에 훨씬 못미치는 싼 가격에 공공연히 팔리고 있다. 또 아시아 지역에서 만들어진 불법 복제품들이 멀리 중남미 지역에까지 수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에서는 지난 98년 30억달러어치의 불법 복제품이 팔렸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사용되고 있는 10개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중 7개는 해적판이라고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의 98년 조사자료는 밝혔다.

말레이시아에서 해적판이 범람하면서 미국 음반산업은 지난 98년 기준으로 1천300만달러, 미국 영화산업은 4천만달러의 손실을 상대적으로 보았다고 미국 국제지적재산권협회는 지적했다.

미국은 그간 말레이시아에 대해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지적재산권 보호에 소극적이라며 해적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 줄 것으로 촉구해 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해적판 문제가 심각해 항상 주요 감시 대상이 되는 감시대상국(Watch List)에 올렸다. 이같은 조치는 말레이시아판 실리콘 밸리라고 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슈퍼 코리더(MSC)'' 조성을 꿈꾸는 말레이시아에게는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MSC 개발회사의 오트만 엽 압둘라 회장은 "워치 리스트에 말레이시아가 오른 것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 복제품을 없애기 위한 새 법이 조만간에 의회에서 통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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