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 외교’ 40년 … 걷어차인 바이든 ‘바스켓볼 외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바이든 만난 후진타오 “동주공제” 17일부터 5박6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왼쪽)이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후 주석은 “동주공제(同舟共濟·한마음 한뜻으로 같은 배를 타고 건너편 기슭에 도달하자는 뜻)의 정신으로 양국 경제 정책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상호존중의 정신으로 양국 협력을 강화하자”고 화답했다. [베이징 AP=연합뉴스]


중국과 미국의 ‘바스켓볼 외교’에 찬물을 끼얹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18일(한국시간) 중국 베이징 올림픽농구장에서 열린 미국 조지타운대학 농구팀 호이어스(Hoyas)와 중국 프로팀 바이(八一) 로키츠의 친선 농구경기 도중 집단 난투극이 벌어졌다고 AP통신이 19일 보도했다. 이번 경기는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부통령의 방중에 맞춰 스포츠 외교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미국 대학농구 명문팀인 조지타운대 팀은 열흘 일정으로 중국 투어를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탁구선수단 초청을 계기로 국교를 맺었던 핑퐁외교(1971년) 40주년을 맞는 올해 기획돼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핑퐁외교는 71년 중국 최고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모택동)이 일본 나고야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미국 선수단을 중국으로 초청하면서 이뤄졌다. 이를 계기로 오랫동안 대립해 왔던 미·중은 72년 정상회담을 거쳐 79년 국교를 수립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17일 베이징에 도착하자마자 같은 장소에서 조지타운대와 산시(山西)성 농구팀 멍룽(猛龍)의 친선경기를 관전했다. 바이든은 이날 중국 관중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즐겼다. 난투극이 일어난 18일에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습근평) 중국 국가부주석과 우방궈(吳邦國·오방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을 만나 미국 신용등급 하락 이후 세계경제 문제 해법을 논의했다.

 조지타운대 농구팀과 바이의 경기에서는 과열된 플레이 끝에 편싸움이 벌어졌다. 두 팀은 파울 39개를 저지르며 격렬한 몸싸움을 이어갔다. 난투극이 시작된 것은 4쿼터 종료 9분32초 전 64-64 동점 상황이었다. 바이의 센터 후커(胡克)가 덩크슛을 시도하다가 조지타운대의 제이슨 클라크의 거친 반칙에 막혀 코트 바닥에 넘어지자 흥분한 바이 선수들이 클라크에게 몰려들었다. 이어서 양팀 벤치 멤버까지 모두 코트에 난입해 대규모 몸싸움이 시작됐다. 선수들은 주먹다짐뿐 아니라 발길질까지 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조지타운대의 센터 헨리 심스가 날아온 의자에 맞았을 정도로 싸움이 격렬했다고 설명했다. 조지타운대 코칭스태프가 싸움을 말린 뒤 선수들을 데리고 라커룸으로 이동하자 흥분한 일부 중국 관중이 미국 선수들을 향해 물병을 집어 던졌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번 난투극에 대해 “불행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교류가 양국의 스포츠맨십을 키우고 국민 간의 접촉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지타운대는 21일 상하이에서 바이와 또 한 번의 경기가 예정돼 있다.

 중국 언론이 난투극을 보도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네티즌들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를 통해 난투극 소식을 전하고 있다. 중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지난해 10월 브라질과 친선 경기를 하다가 선수 10명이 병원에 실려갈 정도로 몸싸움을 벌인 전력이 있다.

이은경 기자

◆바이 로키츠=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를 연고로 하는 중국프로농구(CBA)팀. CBA가 창설된 1995~96시즌 이후 통산 여덟 번 우승을 했다. 아시아 최초로 미국프로농구(NBA)에 진출했던 왕즈즈(34)가 2001년까지 몸담고 있었다.

◆조지타운대 농구팀=미국대학체육연맹(NCAA) 디비전1에 속한 팀. 호이어스(Hoyas)라는 별명이 있는데, 이는 학교의 응원구호 ‘Hoya(그리스어로 what) Saxa(라틴어 rocks)’를 딴 것이다. 1984년에는 NCAA 토너먼트 우승을 차지했다. ‘킹콩 센터’ 패트릭 유잉(49)이 조지타운대 출신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