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 배경…노무현 정부 ‘진보 법관 체제’ 되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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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외부에서 추천받은 바가 일절 없다”고 말했다고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이 대통령이 양 후보자를 직접 낙점했다는 얘기다. 김 수석은 “대통령이 양 후보자를 마음에 두고 있었고, 이로부터 흔들린 적이 없다”고 했다.

 양 후보자가 대법원장직을 고사하고 검증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을 때도 청와대는 과거 자료를 가지고 자체 검증을 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의지가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다. 양 후보자가 미국 요세미티 공원에 있는 동안에도 이 대통령은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통해 “한국에 돌아와 얘기하자”고 설득했다.

 이 대통령은 양 후보자를 대법원장감으로 점찍은 것과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진보적 성향의 분들로 사법부가 채워져 사법부가 도리어 갈등의 진원지가 되곤 했다”며 “인선 설명에도 있듯이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나갈 안정성과 시대변화에 맞춰 사법부를 발전적으로 바꿔나갈 개혁성이 있는 보수적 법관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는 사법부의 중요성을 절감한 정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선한 이용훈 대법원장 체제에서 ‘국회 폭력 무죄’ ‘PD수첩 무죄’ 등 진보 성향의 판결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 대법원장은 진보 성향인 박시환 변호사를 대법관으로 제청하는 등 사법부 인사에서도 성향을 그대로 표출했다. 그래서 이 대통령이 “사법의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2008년 9월 사법 60주년 기념식)고 비판한 일도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앞으로 양승태 후보자가 대법원장으로 취임하면 이용훈 대법원장 체제의 문제를 바로잡아 줄 걸로 이 대통령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받는다면 2017년 9월까지 일하게 된다는 점(대법원장 임기는 6년)도 이 대통령은 염두에 뒀다고 한다. 내년 대선에서 야당이 승리해도 ‘양승태 체제’는 바꿀 수 없는 만큼 이 대통령으로선 일종의 ‘대못’을 사법부에 박아놓는 셈이다.

 이 대통령은 양 후보자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한다. 정부 고위직을 지낸 이 대통령의 한 측근은 “지난해 12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구속될 무렵 이 대통령을 만났는데 그때 벌써 ‘대법원장 후보로 양 후보자를 찍었다’고 대통령이 말하더라”며 “이 대통령은 당시 ‘나라를 위해서라면 양 후보자처럼 분명한 판결을 내리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그 무렵 양 후보자는 대법관으로서 용산 재개발 농성자 사망사건의 주심을 맡아 시위 주도자들에게 모두 실형을 선고했다. 양 후보자는 판결문에서 “경찰의 진압 작전은 정당한 공무 집행”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에게 양 후보자의 판결은 깊은 인상을 줬다고 한다.

 이 대통령과 양 후보자는 개인적 친분관계는 없다고 한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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