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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산불 불감증 이래도 되나

중앙일보

입력

1996년 4월 산불로 1천만평이 넘는 숲이 잿더미로 변하는 사상 최악의 피해를 보았던 강원도 고성에서 7일 새벽 또다시 산불이 났다. 강풍 때문에 진화작업을 제대로 펼 수 없어 이날 하루 피해 면적만도 1백50만평을 넘었다고 한다.

5개년 복구계획을 세워 힘들여 심고 있는 묘목들이 채 활착하기도 전에 다시 불길에 휩싸였다니 안타깝고 분통이 터진다. 엎친 데 덮친 재앙으로 국내 최대의 송이버섯 산지인 삶의 터전이 재로 변한 주민들의 허탈감은 오죽하겠는가.

해마다 이맘때면 으레 반복되는 게 산불 비상이다. 특히 올해는 두달 가까이 건조주의보가 내려져 있어 지금까지만도 5백건에 가까운 산불이 났다.

그런데도 수년째 산불 피해의 산 교육장이 되다시피해 온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재발했다는 것은 산불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고성 산불은 군부대 소각장의 불똥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이라면 보통 일이 아니다. 4년 전 산불도 군 사격장에 불발탄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었다. 철저한 조사로 원인을 밝혀내 책임을 물어야 한다.

대부분 사람들의 부주의나 순간의 실수로 발생하는 산불의 피해는 엄청나다. 불탄 산림을 복구하는 데만 최소한 30년 이상이 걸리고 생태계가 복원되기까지는 1백년 이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도 필요하지만 산불 예방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처벌 규정을 강화해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입산자 수를 줄이고 감시를 강화하는 실질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 건조기에는 등산로를 대폭 폐쇄하고 라이터 등 화기 반입을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

산불을 남의 탓으로만 돌릴 일이 아니다. 지자체별로 삶의 터전과 생존권을 지킨다는 비장한 각오로 자위권 발동 차원에서 산불 방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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