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만 하고 착륙 못 해 … 바랴크 함재기 ‘이상한 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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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시험 운항 중인 중국의 첫 항공모함 바랴크함 주변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이 함재기 이륙 훈련과 착함을 위한 강하(降下) 훈련을 실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의 경제정보 사이트 재부영가(財富<贏>家)는 “바랴크함이 시험 운항 4일째인 13일 해상에서 함재기 이륙과 강하 훈련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14일 보도했다. 이날 훈련에는 88척의 해군 군함이 참가해 항모를 근접 호위했다고 재부영가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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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영자지 글로벌 타임스를 인용해 함재기의 이·착륙 훈련을 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대신 (육지에서 이륙한) 전투기들이 서너 차례 항모에 접근했다가 다시 상승하는 방식의 훈련을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함재기 훈련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다. 홍콩 분석가들은 함재기 훈련은 항모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미국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보도를 자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부영가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바랴크함에선 중국제 함재기 젠(殲)-15가 이륙 훈련을 했다. 바랴크 항모에서 함재기 훈련을 한 것이 맞다면 미리 컨테이너로 항모에 적재한 함재기가 이륙했을 수 있다. 그럴 경우 중국은 이미 고도의 함재기 운용 기술을 축적하고 훈련을 해왔을 가능성이 크다. 좁은 항모에 항공기가 착륙하려면 고난도 조종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랴오닝(遼寧)·산시(山西)성 육상 훈련기지에 항모 활주로와 유사한 훈련장을 만들어 함재기 조종사 양성에 박차를 가해 왔다.

 하지만 착함 훈련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험 운항 중인 바랴크함에는 착함 장치가 아직 준비되지 않아 함재기가 착함을 위해 고도를 낮추는 반쪽 훈련만 실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홍콩 SCMP는 젠-10 전투기 조종사 출신인 쉬융링(徐勇凌)을 인용해 “조종사 훈련이나 장비 차원에서 볼 때 아직 이륙과 착함 훈련에 들어가긴 어려워 보인다”며 “실제 훈련이 이뤄지기 위해선 적어도 2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린원청(林文程) 대만 국립중산대 대륙연구소장도 중국이 아직 함재기를 운용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 정부와 군에선 중국의 첫 항모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미 국무부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는 13일(현지시간) “중국의 항모 시험 운항은 중국의 군사력 발전에 있어 중대한 한걸음에 해당된다”며 “미국과 역내 국가들에 대한 도전”이라고 밝혔다. 캠벨은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군사력을 증강해가는 중국이 미국에 도전해오는 가운데 미·중 양국이 평화공존을 배울 수 있을지, 진정한 평화적 경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12일 홍콩에 기항한 미 해군 핵 항모 로널드 레이건함의 로버트 기리어 사령관은 함상 기자회견에서 “동아시아 역내의 군사적 역량과 관련, 역내 여러 국가의 군사 능력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뜻이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함재기 이륙 방식=미 핵추진 항모에선 초고압력 증기를 이용한 사출장치(캐터펄트)를 이용한다. 사출장치가 함재기를 강하게 밀어주면 순식간에 시속 200~300㎞까지 속력을 높일 수 있어 짧은 거리에서도 이륙할 수 있다. 바랴크함에는 이런 사출장치가 없다. 대신 바랴크함은 비행갑판의 앞부분이 위쪽으로 12도 휘어져 있다. 스키점프대라고 부르는 이런 방식의 비행갑판은 함재기가 낮은 속도에서도 이륙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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