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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산지 토석류가 불안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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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민식
사방협회 실장·농학박사

지난달 27일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우면산에서 대규모 산사태와 토석류(土石流: 물·흙·자갈이 함께 흘러내리는 현상) 피해가 발생했다. 편마암으로 구성돼 있는 우면산 일대의 표토는 장마 동안 내린 비로 포화되면서 토양 무게가 늘었고, 빗물 침식으로 사면이 불안정해지면서 토석류로 이어졌다. 우면산에서 지난해 9월과 이번에 발생한 토석류 피해는 2006년 강원도 인제·평창, 2008년 경북 봉화 사례보다 규모는 작지만 산기슭까지 주택·아파트 등이 들어선 탓에 인명·재산 피해는 훨씬 컸다.

 이번 사고는 도심의 작은 산지에서는 토석류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뿐 아니라 다른 중·대도시도 인구집중에 따라 산기슭까지 주택·아파트 등이 들어서 토석류 재해에 노출돼 있다.

 도심 산지에서 발생하는 토석류는 인명·재산 피해로 직결되는 만큼 국가 차원에서 정책적·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도시 사방(砂防)’이란 개념을 도입해 도심 산림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로 산림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산림정비사업을 실시해야 한다. 떠내려갈 우려가 있는 나무 등을 간벌하고, 황폐지를 정비해야 한다. 등산로 정비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둘째로 일정 규모 이상의 산사태·토석류 발생 예상 지점에는 사방댐 같은 사방 구조물에 의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셋째로 토사 재해 경계구역 지정, 재해위험지도 작성, 주민 방재훈련 등 비구조물 대책도 필요하다. 일정 기준 이상의 폭우가 쏟아질 때는 안전지대로 주민을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대책도 재해를 100% 막는 것이 아니라 재해를 최소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자연현상을 올바로 평가·파악하는 것이 재해를 예방하는 첫걸음이다.

김민식 사방협회 실장·농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