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물거품에도 '과학의 신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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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나 목욕을 할 때 생기는 거품은 어떤 모양일까. 가장 흔한 타입은 둥그런 방울 모양. 크기에 관계없이 대체로 구(球)의 형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겹거품'' 도 드물지 않다. 겹거품이란 거품 둘이 모여 마치 오뚜기 모양처럼 생긴 것. 이런 거품이 드물지 않다는 것은 나름대로 안정된 구조라는 뜻이다.

하찮다고도 할 수 있는 이런 거품마저 수학자들에게는 연구의 대상이다. 최근 미국의 수학자 4명은 이 ''겹거품의 과학'' 을 밝혀 관심을 끌었다.

미국 윌리암스대의 수학자인 프랭크 모간 등의 연구에 따르면 겹거품은 최소한의 표면적으로 공기를 잡아둘 수 있게 만들어진다는 것. 이들은 갖가지 겹거품의 표면적과 두개 방울의 지름, 이들이 만나 형성하는 각도를 연구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또 다른 겹거품의 특징은 작은 ''방울'' 쪽이 큰 ''방울'' 쪽으로 활처럼 휘어져 들어간다는 것. 물론 겹거품을 형성하는 두개 거품의 크기가 똑같다면 이들의 접면(接面)은 반듯하다.

활처럼 휘어지는 접면과 거품의 다른 표면이 만나 이루는 각이 1백20도라는 점도 재미있다. 이런 조건들을 골고루 갖춘 겹거품은 평형, 즉 안정된 상태라서 모양이 변하지도 잘 꺼지도 않는다.

그러나 불안정한 형태도 있다. 방울 셋이 만나 이루는 것도 있고 네 개가 만나 다중 거품이 나올 수도 있는 것. 그러나 아직 네 개짜리 이상 다중 거품에 대한 이렇다할 연구결과는 두드러진 게 없다.

같은 크기의 방울 2개가 만나 생기는 겹거품의 실체는 지난 95년 컴퓨터를 이용한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미국 수학계는 컴퓨터의 도움없이 아이디어와 종이.연필만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 결과가 컴퓨터를 이용한 기존 연구 결과까지를 포괄하는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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