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의 투자 ABC] 미국 정부가 기업 투자 이끌어내야 시장이 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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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미국의 신용등급이 ‘AA+’로 강등됐지만 금리는 오히려 내려가고 있다. 달러와 미국 국채를 대체할 자산이 현재까지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문제가 생겨도 미국 금리는 오히려 내려가고 달러화는 더 강해진다. 미국 이외의 나라들이 미국 신용등급 하락으로 더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

 8월 이후 세계경제는 펀더멘털(기초체력)보다 군중심리에 기반해 움직이고 있다. 심리를 복원시켜야 주가가 올라가고 소비도 살아난다. 가장 손쉬운 선택은 통화정책(3차 양적 완화, QE3)이겠지만 인플레이션 우려나 효용성 논란 때문에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급하면 뭘 못하겠는가.

 9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렸다. 당초 금융시장은 인플레이션 부작용이 큰 QE3 대신 지급준비율을 내리거나, 단기채를 파는 대신 장기국채를 사들여 재무부의 채권 이자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기대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불준비금에 대한 금리(0.25%)를 0.1%로 낮추면 은행으로 돈이 흘러 들어가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업계의 기대와 달리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다만 초저금리를 2013년까지 유지하겠다는 명시적인 기간을 처음으로 제시하고 채권 보유 규모와 보유 기간을 늘릴 준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완화적인 성명이라고 평가된다. 초저금리를 유지한다고 밝힌 부분이 경기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미국 증시가 올랐다. 그러나 연준이 쓸 수 있는 카드가 없거나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대중의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다시 주가는 내려갈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FOMC 당일 미국 증시의 상승은 연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민간의 자생력이 회복될 때까지 정부의 역할은 계속 중요하다. 2008년과 같은 패닉 상황이 재현되지 않기 위해 정책 당국자들의 안간힘은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에 미국이 어떤 정책을 제시하는지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다만 투자전략가의 입장에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기업이 투자에 신경 썼으면 한다. 올해 세계경제는 선진국이 부채를 컨트롤하는 과정에서 총수요가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에 따른 비용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 보면 하반기에 매출은 정체되고 비용은 증가하는 환경이 전개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려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제한된 시간 내에 많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생산성 개선) 장비, 토지, 건물 등 설비투자가 늘어나야 한다. 따라서 자생적 회복을 위한 기업의 투자가 미국 경제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FRB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금리를 내리거나 국채를 사주는 전략보다 지난 2년 동안 가장 많은 혜택을 본 경제 주체인 기업이 돈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점이다. 주식시장은 기업이 투자(설비투자를 하고 고용을 창출)한다는 뉴스만으로도 기업에 좋은 점수를 줄 것 같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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