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구리 '씨'가 말랐다 … 돼지사료로 제격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요즘 북한 시골에서 개구리가 자취를 감췄다. 사료를 살 돈이 없는 주민들이 돼지에게 개구리를 먹이려고 마구잡이로 포획하기 때문이다. 경제난이 생태계 교란으로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6일 열린북한방송에 따르면 신의주의 한 소식통은 "개구리를 풀과 함께 몇 마리만 섞어 끓여도 (돼지사료로) 영양가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주민들이 개구리를 잡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북한 주민들은 집안에서 돼지를 많이 기른다. 부업으로 돼지를 팔아 돈을 벌기 위해서다. 돼지고기 1㎏이면 북한 돈 약 6000원을 받을 수 있어 한 마리를 키워 팔면 꽤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개구리 산란기인 지난 4월 이후 개구리는 거의 ‘씨’가 마른 상태다. 산란기 개구리 한 마리를 잡으면 수십~수백 마리를 잡는 것과 같기 때문에 당시 주민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개구리를 잡는데 혈안이 됐었다.

문제는 생태계의 중요한 먹이 사슬이 깨졌다는 점이다.

소식통은 "해충의 포식자인 개구리가 사라지면서 해충이 많이 발생해 농작물도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가뜩이나 농약이 부족한 현실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하던 개구리까지 없어져 농작물 수확이 더 어려워진 것이다. 당국은 이 문제를 파악하고 있으나 통제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개구리를 잡아서라도 돼지를 키우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며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고 있는 북한 당국 때문에 이런 안타까운 현상이 생겼다"고 전했다.

김진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