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심리전 … 극복 안 된 위기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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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센터장

22년 애널리스트 생활 중 요즘처럼 공포로 시장이 출렁인 것을 본 것은 다섯 번 정도다. 금융실명제와 9·11테러, 외환위기와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 2008년 리먼브러더스 부도 이후 주가의 급락 때 등이다. 이런 사건으로 인한 시장의 공포는 말할 수 없었다. 8일 서울 증시도 그랬다.

 8일 장중 한때 코스피는 143포인트나 떨어졌다. 직접적 원인은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이다. 게다가 선진국 경제가 나쁘다는 근본 요인도 보태졌을 것이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그게 되레 상황을 꼬이게 했다. 투자자들은 급락을 예상했지만 30포인트 정도 떨어지는 것으로 출발했다. 시장에선 섣부른 기대가 만들어졌다. 주가가 나흘간 크게 하락한 데다 초유의 악재에도 크게 하락하지 않으니 이제는 바닥이 아닐까 하는 기대다. 이런 기대로 시장은 낙폭을 꾸준히 줄여갔다.

 하지만 반등은 곧 한계에 왔다. 전날보다 10포인트 하락까지 좁히는 순간, ‘사자’ 세력은 힘을 잃었다. 주가가 다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미국 신용등급 하락의 위력이 다시 시장을 뒤흔들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다급해졌다. 공포가 시장을 지배했다. 주가가 더 떨어지기 전에 ‘팔자’가 판을 치면서 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투매로 변했다. 투매가 투매를 불렀다. 다행히 1800포인트를 저점으로 오후엔 낙폭을 줄였다. 그러나 여전히 극심한 불안은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있다.

 아쉬움이 많은 하루였다. 투자자들이 불안과 공포를 잘 견뎠다면 상황은 훨씬 나아질 수 있었을 것이다. 장 초반, 최근의 경제 상황에 대해 섣부른 낙관적으로 접근했던 것이 문제를 키웠다. 5월 이후 증시가 계속 오르면서 투자자들의 기대는 한껏 부풀었다. 그러나 4~5일 사이에 시장 상황이 돌변하자 생각이 엉키고 공포감만 극에 달하게 된 것이다.

 ‘주식투자는 심리게임이다’라는 말이 있다. 요즘처럼 주가가 하락할 때 세상은 온통 악재투성이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공포는 또 다른 공포를 낳을 뿐이다. 극복되지 않은 위기와 주가 하락은 없었다. 용기와 평상심이 필요한 때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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