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설(世說)

휴경농 활용한 인공댐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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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전성군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가뭄은 아무리 심해도 농사 피해에 그치지만 홍수가 나면 모두 씻겨가 남는 것이 없고 인명 피해도 엄청나다. 그래서 3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 달 장마에는 못 산다고 한다. 최근 우면산 산사태나 수도권 전역을 초토화한 게릴라성 폭우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경기지역에는 정부와 도·시·군 등이 관리하는 하천이 2600여 개에 이르고, 한국농촌공사와 시·군이 관리하는 저수지는 400여 개에 달한다. 특히 이 가운데 시·군에서 관리하는 소하천 2170여 개의 제방과 저수지 400여 개는 지은 지 50~60년이나 된 낡은 시설로 보강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방치되고 있다.

 홍수조절 기능을 포함한 논의 환경적 가치는 56조원에 이르며, 논의 부양능력은 ha당 20명 이상이라고 한다. 또한 지금까지 논에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진 무척추동물은 222종 이상이며 농경지를 서식지 혹은 먹이 터로 이용하는 새가 170여 종, 전적으로 농경지에만 의존하는 새도 최소 15종에 이른다. 이렇게 논은 생명창고의 근원이고 우리 삶의 터전이며, 우리 농업의 바탕이다. 논은 생명체로서 한줌의 흙 속에는 수천, 수억의 토양미생물이 살아 숨 쉬고 있다. 하지만 농가소득 감소, 고령화로 인해 휴경농이 점차 늘고 있다. 이는 우리 농촌이 자연재해로부터 무방비 상태고, 논의 공익적 기능을 점점 상실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논은 식량공급기능 외에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크며, 앞으로는 환경보존 역할이 점점 강조되고 있다. 어쩌면 사람과 논은 서로 나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를 이루는 인토불이(人土不二)다. 이 때문에 흙이 병들면 사람도 병약해진다.

 일본이 쓰나미로 대재앙을 겪을 때 이와테(岩手)현 동쪽 태평양 연안에 있는 작은 어촌마을 후다이무라(普代村)는 주민 3000여 명 가운데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없었다. 방파제를 만들어 대비한 와무라 유키에 촌장의 유비무환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많은 휴경농지에 어느 정도 두께로 둑을 쌓고 빗물을 가두면 홍수나 가뭄을 막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그렇게 관리할 농업인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대책이 요구된다.

전성군 농협안성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