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녀 심청은 실존 인물일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어린시절 전래동화로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 본 효녀 심청의 이야기는 단지 허구일까.

고대의 신화.설화 속에는 조상들 삶의 모습이 단편적으로나마 녹아 있다.

KBS1 '역사스페셜' 이 4월1일 밤8시 방송하는 '역사 추적, 심청의 바닷길' 편은 이 상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심청이 실존 인물이었을 가능성에서 출발, 심청전에 담긴 고대 한중 해상교류의 역사적 흔적을 추적'해 나간다'한다.

심청전의 뿌리로 추정되는 인신공양.맹인개안 등 각 지역의 근원설화 중 제작진이 주목한 것은 전남 곡성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원홍장' 이라는 처녀의 사연. 곡성에서 멀지 않은 송광사에 보관중인 '관음사적기(觀音寺蹟記)' 에 따르면 원홍장은 1천7백년 전의 인물이다.

앞 못보는 아버지를 둔 원홍장이 절에 바칠 시주를 대신해 홍법사의 승려를 따라나선 사연은 심청전의 도입부와 거의 유사하다.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 용궁을 거쳐 황후가 된 대목은 원홍장이 황후감을 찾아 한반도에 온 사신을 따라 중국에 건너가 황후가 되었다는 이야기와 대칭을 이룬다.

원홍장은 심청처럼 맹인잔치를 벌이는 대신 홀로 계신 아버지를 그리며 불상을 만들어 보냈다.

제작진은 18세기 문헌인 '관음사적기' 가 관음사의 창건에 대한 역사적 기록인 만큼 나름대로 사실성을 지녔을 것으로 추정한다.

우종택PD는 "당시 철의 주산지였던 곡성일대와 중국의 문물교류가 활발했던 점을 고려하면 수많은 '심청' 의 사연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고 말한다.

고대 한반도 서남 해안과 중국 저장(浙江)성 지역의 해상교류가 활발했던 것은 역사적 사실. 고려 때 이규보의 문집인 '동국이상국집' 에도 "우리나라 변산 지역 사람들과 중국 저장성 사람들의 풍습이 신기할 정도로 비슷하다" 고 기록하고 있다.

제작진은 중국 현지 취재에서 저장성 일대에 심씨 집성촌이 존재하고, 이들 심씨 일가가 고대 국제 해상세력으로 활약했던 것 등 흥미로운 사실들을 확인했다.

하지만 '원홍장〓심청' 이라고 단정하기에는 풀지못한 수수께끼의 고리가 적지 않다.

제작진은 "심청전이 1천7백년 전, 아니 그 이전부터 계속된 한반도와 중국의 교류 역사를 담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고 결론을 맺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